금융, 블록체인하다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경쟁력 강화
②영업점 운영 고정비 부담 높아, 블록체인 기술로 대비
거대 IT공룡을 중심으로 세력이 커진 핀테크 산업이 기존 금융산업 프레임을 뒤엎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글로벌 금융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금융권을 대상으로 핀테크 지원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덕에 블록체인도 기회가 생겼다. 핀테크 지원정책 중 하나로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던 올초만해도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투기를 우려해 블록체인을 뒷마루에 두는 듯 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역으로 금융분야가 블록체인 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


디지털전환으로 은행 점포수가 줄고 있다.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한 금융서비스가 늘며 오프라인 영업점의 역할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변조를 막는 블록체인 기술 접목이 늘며 비대면으로 제공가능한 서비스가 늘어 점포수 감소추이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회사 108개 중 은행, 카드사, 대형 보험·증권사 중심 71개사가 디지털 전환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상반기 금감원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사 중 63개사(58.3%)는 디지털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평균 56.4명의 인력을 배치, 64개사(59.3%)는 디지털 전문인력을 추가 확보 방안을 마련 중이었다. 특히 은행 17개사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235억6000만원을 투입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8개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제 올초 금융사들은 디지털 금융인력 채용에 적극 나섰다. 4대 대형은행의 경우 디지털 금융인력을 각사 별로 140~200명 가량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에는 IT·전산·보안 유지보수 인력 채용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빅데이터 분석, 암호화폐, 블록체인, AI(인공지능) 기반 신규 비즈니스 개발의 일환으로 석박사 이상의 특화된 IT 인력을 집중적으로 채용했다.


은행이 디지털전환에 사력을 다하는 이유는 핀테크 중심으로 바뀐 금융권의 판도 변화 때문이다. 디지털화로 비대면 거래 비중이 늘어나면서 국내 은행 지점수도 2016년말 4478개에서 2018년말 4082개로 396개 줄었다. 고객층의 연령대가 높아 지점을 줄이고 출장소로 대처하고 있지만 총 점포수도 3년전과 비교해 342개 줄었다.


은행 관계자는 “10년간 소비자의 금융생활 패턴이 크게 달라져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기반 대형 IT기업이 금융회사 경쟁자로 부상했고, 실제 은행 금융 거래 10건 중 9건이 영업점 창구가 아닌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점운영시 임대료와 인건비 등 높은 고정비가 발생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시스템을 통해야만 이뤄지는 업무가 많고 고령 고객이 많아 급격하게 영업점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내부적으로 업무효율을 높이고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기술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류 검증, 신원 검증 등에 주로 쓰이고 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대출자격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신한 닥터론’에 도입했다. 대부분의 신용대출은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재직확인서나 소득 관련 서류 제출을 생략하지만 의사·회계사·변호사 등 특정 협회나 단체·조합과 제휴를 통해 판매하는 대출 상품은 서류를 발급하고 제출하는 것은 물론 제출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는 작업까지 더해져 자격 검증 절차가 복잡하고 즉시 대출도 불가능했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일종의 암호화된 OTP(One Time Password) 정보를 등록·조회하는 기술로 고객이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으로 대출을 신청할 때도 간편하게 자격을 증빙할 수 있게 개선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 자격 검증시스템을 통해 기존 2~3일 걸리던 검증기간이 실시간으로 단축됐다”며 “고객은 서류 발급과 영업점 방문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은행과 협회나 조합 등의 기관은 검증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자격 검증시스템을 대출 영업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P2P 금융증서 블록체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P2P업체가 발행하는 원리금 수취권 조작과 변경을 막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로 공유하고, 금융보안 클라우드(IDC센터)를 거쳐 투자자에게 NH스마트고지서로 내역을 제공한다. 원리금 수취권 증서는 P2P금융사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투자원금과 약정이자를 회수할 권리가 기록된 서류다. 현재는 투자자의 이메일이나 팩스로 송부하거나 웹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R&D센터 조직 신설 후 최초로 도입한 블록체인 기술의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융·복합 서비스를 확대 적용해 디지털금융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금융권 내부적으로는 업무효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금융기관 역시 기관 간, 개인 간 신뢰가 필요한 업무가 많고, 단순히 정보를 확인(신뢰)하기 위해, 중앙은행, 청산기관, 보증기관, 각종 인증기관과 거래한다”며 “이 과정에서 준비해야하는 서류, 인력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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