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전면금지 위헌’ 헌법소원, 관전포인트
“암호화폐 시장 치명타” VS “단순 안내에 불과, 기본권 해당 안돼”

정부의 암호화폐공개(ICO) 전면금지 방침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심판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로 꼽힌다. ▲정부가 ICO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공권력에 해당하는지 ▲ICO 사업자의 재산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정부가 ICO 관련 법률이나 제도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 지 등이다. 




◆ “ICO 전면금지” 발언, 공권력 행사일까?


“기술·용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다.” 지난 2017년 9월 27일 김용범 전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부위원장의 발언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프레스토와 법률 대리인인 박주현 법무법인 황금률 대표 변호사는 김 전 부위원장의 발언이 헌법을 위반하는 공권력의 행사라며 지난해 헌재 심판을 청구했다. 최근에는 공개변론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 등 청구인은 "정부의 ICO 금지 방침으로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위축됐다"며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피청구인인 금융위는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현행 법령상 ICO 행위가 금지될 수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안내하는 차원의 발언에 그치기 때문에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으며 해당 청구가 각하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일단 헌법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는 청구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 전 부위원장의 발언이 공권력에 해당한다며 심판 청구를 본안 심리로 넘겼다. 


업계에서는 그간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이드라인’이나 ‘발표’ 등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규제가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헌재의 사전심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른바 벌집계좌(집금계좌)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에 근거로 암호화폐 거래소의 계좌 사용을 정지하는 은행의 결정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 ICO를 통해 사업을 영위할 권리, 기본권에 해당할까?


ICO를 추진하는 권리가 기본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침해도 인정되지 않는다. 


금융위는 ICO가 처음부터 기본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ICO 전면금지 발언으로 잠재적인 고객의 수요가 감소할 ‘우려’가 발생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ICO의 성공이 경제적 이익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불과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단 헌재 판례에 따르면 사업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우려, 또는 기업 활동에 유리한 경제적·법적 지위가 지속되리라는 기대나 희망은 기본권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주식공개상장(IPO)과 증권형 클라우드 펀딩은 허용하면서 ICO를 금지하는 것이 평등권 침해에 해당할까? 헌재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판시해 왔다. 금융위는 IPO 등은 엄격한 법적요건과 투자자 보호규정을 갖췄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전무한 ICO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 정부는 암호화폐 법률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을까?


헌재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경우 재판을 통해 입법 부작위를 근거로 ‘위헌’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다만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명백하고 구체적인 국가 의무가 발생해야 한다. 지금까지 헌재가 입법 부작위를 인정한 사례는 총 6건에 불과하다. 국군포로에 대한 예우, 일본국에 대하여 가지는 위안부 배상청구권 등이다. 모두 특별법을 근거로 했다.  


청구인은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후속 작업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입법 부작위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청구했다. 금융위는 헌법에 ICO를 허용하는 법률이나 제도를 두도록 명시한 조항이 없으며, 법률 해석상으로도 이 같은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부 고위 공직자의 발언이 공권력 행사를 넘어 법률상 이행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가 판단의 중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헌법재판관 9명은 ICO 전면금지 발언이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 평등권 등을 침해했는지 판단하고 있다. 9명 중 5명 이상이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하면 청구인의 주장은 인용된다. 이 경우 헌재는 김 부위원장의 발언을 취소할 수 있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헌재가 취소한 발언을 반복할 수 없다. 


만약 재판관 5명 이상이 기본권 침해가 없다고 판단하면 심판청구는 이유 없음을 이유로 기각된다. 이 경우 ICO 금지 발언이 법률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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