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공격경영'..자본적정성 '후퇴'
자기자본 2조이상 회사 중 절반 이상 NCR 감소..삼성證 감소폭 가장 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특히 자본규모를 대폭 늘린 대형 증권사의 낙폭 수준이 두드러졌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기업금융(IB)과 채권부문 강화 등 공격적 운용에 나선 것이 운영 위험 증가로 이어진 탓이다.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2조원이상의 국내 증권사 10곳의 연결기준 반기실적을 살펴본 결과 영업용순자본비율(구 NCR)은 평균 189.14%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말 206.19%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반년만에 17%p 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10곳 중 6곳이 감소세를 기록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위험기준인 150%를 하회하기도 했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누는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금융투자회사가 위험 수준보다 얼마나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상반기 평균 NCR 감소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 탓으로 풀이된다. 초대형 증권사중 지난해말과 비교해 NCR 감소폭이 가장 컸던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NCR이 173.84%에 그치며 전년말 대비 60.76%p가 줄었다. 지난해부터 IB와 주가연계증권(ELS)와 채권 등 운용 및 금융수지 부문에 적극 뛰어들며 자본활용 역량을 강화한 것이 위험 부담을 키웠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건전성 지표가 낮아지며 자본적정성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KB증권 등장 이전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시장을 양분해온데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오히려 자본 적정성 악화로 이어졌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NCR이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167.59%를 기록하며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NCR은 147.38%로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권고 조치 기준인 150%를 밑돌며  자본안정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지난 5월 세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로 등장한 KB증권 역시 상반기 NCR이 지난해말보다 6.58%포인트 하락했다. 새롭게 뛰어든 발행어음 사업분야의 잔고가 1조원(6월말 기준 9570억원)에 육박했지만 시행시기가 상반기말이란 점에서 오히려 연초부터 이어졌던 세일즈앤트레이딩(SNT)과 IB부문 등의 투자자산 확대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초대형 증권사중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유일하게 안정적인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상반기 NCR은 172.3%로 전년말(171.0%)과 유사한 수준이다.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나 댈러스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 등 인수에 나서며 상반기말기준 7조원(6조8000억원)에 육박한 투자목적 자산 확대에도 일정 성과를 거둔 자산을 빠르게 매각하며 170~180% 수준의 투자자산 관리에 나선 것이 견고한 지표로 유지한 비결이다.   


초대형 IB 진입을 눈앞에 둔 신한금융투자, 이 회사에 뒤이어 자본규모가 큰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등은 다소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상반기 NCR은 각각 177.01%와 161.22%를 기록했다. 지난해말보다 각각 10.91%p, 3.12%p 높아졌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금융 분야의 강화에 따른 총위험액 증가에도 후순위채 발행과 순이익 증가에 힘입어 영업용 순자산이 3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영업용순자본 증가와 함께 기존 진행했던 고위험 자산의 포트폴리오 개선 등에 성공하며 예년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보다 무려 59.20%p 하락한 170.7%에 그쳤다. 국내외 대체투자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인프라펀드 지분 거래나 서유럽 실물자산 투자 등으로 IB 분야의 투자자산이 늘어나며 총위험액을 크게 늘렸다.   


하반기에도 이들 증권업계의 NCR 개선세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의 변화가 이어지며 자본 확충이 이뤄지고 있지만 수익창출 기반이 될 발행어음 분야 확대나 운용 및 금융수지 분야의 적극적 투자 행보로 총위험 규모를 꾸준히 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순한 NCR 증감으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사업부문별 성과가 얼마 만큼의 이익 창출로 이어질 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7년 도입된 NCR은 2016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 과정에서 증권사 자본규모를 적절히 반영키 위해 업무단위별 필요유지자기자본이 산출 공식에 적용된 순자산비율(신NCR)로 바뀌었다. 하지만 신NCR이 위험을 적절히 판단치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칙에서 기존 NCR이 다시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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