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급여’의 숨겨진 3가지 리스크
경력증명 어렵고 사후 권리구제 곤란…사용자는 통화지급원칙 위반 가능성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2일 14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A씨는 지난해 5월 해외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프로젝트 B사에 취직했다. 급여는 B사가 발행하는 코인으로 받기로 했다. 입사 당시 B코인의 가격은 100원. A씨는 매월 B코인 5만개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스캠설에 휘말리던 B코인은 이후 10원으로 폭락했다. 50만원을 받으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올해 8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


# C씨는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 D사에 근무하고 있다.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급여는 지급 당시 원화 환산가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로 받기로 했다. 이후 D사가 컨설팅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서비스 출시가 미뤄지면서 급여로 받은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일부 암호화폐는 거래소 상장이 늦어져 매도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A씨와 C씨는 모두 근로자에 해당한다. 임금을 받기 위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한 향후 근로계약을 증명하거나 경력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본사가 해외에 있는 경우 해고무효 확인이나 임금 체불 등 권리 구제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거나 향후 구직 활동에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암호화폐로 급여를 받는 근로자 대부분이 “세금을 내더라도 급여는 현금으로 받으라”고 당부하는 이유다. 



암호화폐로 급여를 지급하는 대다수 업체들은 원천징수나 4대보험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법상 암호화폐가 소득으로 인정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세금납부나 회계, 인건비 처리 면에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법무법인 바른(유한)의 한서희 변호사는 “사용자가 사실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면서도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임금을 암호화폐로 지급하고 있다면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수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원노동법률사무소의 우재원 공인노무사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고용계약은 4대보험 가입 이력이나 근로소득세 납부등을 근거로 증명할 수 있다”며 “암호화폐로 급여를 받은 경우 기준소득월액이나 월평균보수 등의 기준이 불분명해 신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초년생의 경우 이 같은 환경에 더욱 취약하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종사자는 “사회초년생들은 경력 증명과 소득 증빙이 어렵기 때문에 무직이나 마찬가지다. 이후 취업이나 대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암호화폐로 급여를 받는 것을 피하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계좌 입금내역이나 국민연금 납입내역을 통해 소득을 파악한다"며 "암호화폐는 소득 인정이 안 돼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A씨는 B사가 경력증명서를 발급하지 않는 한 근무경력을 증명할 길이 없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C씨는 스스로 근로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한 변호사는 “근로계약 없이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자 스스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았고 근로자로 근무했으며 정기적으로 급여를 지급받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노무사는 “회사가 근로계약관계를 부정하는 경우 근로자는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매우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암호화폐 급여는 사용자에게도 리스크다.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암호화폐로 급여를 전액 지급한 경우 근로기준법 상 통화지급원칙 위배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우 노무사는 "단체협약에서 암호화폐로 급여를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 조합원에 한해 (급여로) 인정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평가액 산정이 어렵고 이에 따라 매월 급여가 변동해 또 다른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급여로 받은 암호화폐를 보유하다가 가격이 폭락한 경우 기본적인 생활 유지가 어렵다는 데 있다. 거래소 상장이 미뤄져 현금으로 바꾸지 못한 경우는 아예 무용지물이 된다. 근로계약서 내용에 따라 암호화폐 개수로 급여를 받고 있는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는 “회사의 미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믿고 암호화폐를 받았지만 가격이 폭락해 급여가 줄어 생활이 어렵다”며 “현금으로 받으면 투자 여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로 받으면 선택권조차 박탈당한다”고 토로했다.


최근에 이 같은 사례가 속출하면서 에이전시를 통해 현금을 지급받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지급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는 “정규직 형태의 직군의 경우 현금 지급으로 대체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커뮤니티 매니저와 같은 임시직 또는 프리랜서는 사용자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지급받는 경우가 있어 여전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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