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이냐 집행유예냐
"횡령액 50억원 넘어 실형 가능성" vs. "사건 본질은 바뀐 것 없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2일 15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2심 재판 결과를 '파기 환송'했다. 법조계·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여전히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외 다른 몇몇 쟁점들에 대해서도 이번 판결로 사건 본질이 크게 변하는 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9일 국정농단 관련 상고심에서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말 세 마리(34억원)를 지원한 것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원심에서 인정됐던 36억원(코어스포츠 용역대금)에 50억원이 더해져 86억원으로 확대됐다. 대법원은 이외에도 ‘경영 승계 현안’,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는 등 이 부회장에 여러모로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말 세 마리 뇌물 추가 인정…변호인단 “본질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말 세 마리는 그 동안 국정농단 관련 상고심의 주요 쟁점으로 거론돼 왔다. 말 세 마리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가중처벌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원심에서는 말 세 마리의 형식적 소유권은 삼성에 있고, 정유라씨가 말을 '무상으로 사용한 이익'을 뇌물로 봤다. 즉, 말을 공짜로 사용한 데 따른 이익을 뇌물로 인정했을 뿐, 말 구매대금 전체(34억원)를 뇌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상고심에서는 이와 달리 말 세 마리의 형식적 소유권에 상관없이 '말 자체가 뇌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원심에서 인정한 뇌물액 36억원(코어스포츠 용역대금)에 말 구매대금(34억원)이 추가되면서 이 부회장이 가중처벌 대상에 포함, 실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재용 변호인단은 이 같은 해석에 반박하고 있다. 이재용 측 변호인은 “말 세 마리가 주요 쟁점인 것처럼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사건의 본질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상고심 판결과 2심 판결의 차이는 제공한 뇌물의 내용이 ‘말 세 마리 자체’인지, ‘말의 무상 사용이익’인지에 대한 법적 평가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뇌물로 인정됐다 해도 삼성이 무상으로 말을 지원한 행위는 변함 없다”며 “게다가 2심에서 마필의 무상 사용이익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며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영재센터 ‘부정한 청탁’ 인정 관련


대법원은 이번 상고심에서 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을 뇌물액(제3자 뇌물죄)에 포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부정한 청탁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 제공되는 이익 사이 대가 관계가 성립하면 된다"면서 "대통령 권한에 비춰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통령 직무와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주요 그룹에 대한 지배력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이 조직적으로 승계를 진행했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직무 권한으로 이에 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심은 승계 작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이 사건에 대해 "승계 현안이 없었으니 묵시적 청탁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상고심이 원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이 부회장의 총 뇌물액(70억원)이 16억원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삼성이 승계 현안을 목적으로 두고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음을 인정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변호인단은 이 쟁점에 대해서도 원심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는 입장이다. 상고심이 인정한 부정한 청탁은 일반적인 개념의 부정한 청탁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부탁한 것이 아닌, 단지 불이익 회피와 선처를 기대했을 뿐이라는 점을 확인 받았다는 해석을 내놨다. 변호인단은 “결론적으로 묵시적 청탁의 인정 범위를 넓힌 것이지, 본질이나 최종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상고심 판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 부회장의 양형에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법인 돈을 사용한 만큼 뇌물액은 곧 횡령액으로 이어진다. 횡령액 50억원 이상이면 특수경제가중처벌법을 적용해, 집행유예가 어려운 5년 이상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뇌물, 횡령액이 50억원이 넘는다고 해서 무조건 실형을 받는 건 아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심에서 50억원이 넘는 규모의 뇌물, 횡령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이었다는 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결국 뇌물공여가 '자발적'이냐, 아니냐에 달린 셈인다. 


하지만 이번 상고심에서 최순실씨에 대한 강요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으며, 기업들이 뇌물을 공여한 점에 대해서는 수동적이 아닌 자발적인 행위임을 인정했다. 결국 이 부회장은 물론 롯데그룹에도 불똥이 튀게 생겼다.


반면 변호인단은 파기환송심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상고심은 2심에서 무죄였던 부분을 유죄로 결론 낸 부분이 있지만, 1심에서 유죄였던 부분(재산국외도피죄 등)을 무죄로 인정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일부 전문가는 양형이 1심(징역 5년)과 2심(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중간에 해당하는 징역 3년의 실형, 혹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중 하나로 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파기 사유가 사건의 본질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는 점 ▲형량 가장 큰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로 확정된 점 ▲횡령 피해를 모두 변제한 점 ▲이 부회장이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미루어 볼 때 결국 집행유예로 형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에 유리하도록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판을 준비해야 한다"며 "어떤 해석이 맞느냐에 대한 판단은 파기환송심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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