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선호 부장 구속…이재현 회장의 ‘플랜B’
③보직 스스로 내려놓고 복귀시기 저울질…승계재원 마련 집중 전망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9일 10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종 대마를 밀반입하고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CJ 오너 4세 이선호 부장은 예상대로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일각에선 이 부장의 누나인 이경후 상무가 대항마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실무경험도 풍부하고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도 없을뿐더러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 상무에게 CJ의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는 가풍은 둘째쳐도 승계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것을 이유로 꼽고 있다. 아울러 이재현 회장이 횡령‧배임 등으로 구속기소 된 상황에서도 이 부장의 승계 물밑작업을 빈틈없이 준비해 왔던 만큼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고 승계후보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재계는 이재현 회장이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를 타계하고 이선호 부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플랜B'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이 부장에게 그룹 내 맡고 있던 모든 보직을 스스로 내려놓도록 한 뒤 복귀시기는 법원 판결을 봐가면서 저울질 할 것이란데 무게를 싣고 있다.


이선호 부장이 모든 보직을 스스로 내려놓는 그림을 만드는 이유는 향후 승계과정에서 마약스캔들로 불거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CJ그룹 내규에는 직원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징계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조항이 있다. 이 부장의 마약스캔들은 문화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그룹의 방향성과 정면배치 되는 만큼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주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하지만 이 부장이 자발적으로 모든 보직을 내려놓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모양새가 되는 만큼 정상참작을 받아 사내 징계처분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승계 반대목소리가 나오더라도 징계 수위가 낮으면 이를 명분삼아 밀어붙일 수 있는 만큼 한발 앞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냐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대신, 경영권 승계 작업은 이전과 달리 긴 호흡을 가지고 진행할 공산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선호 부장의 입지 자체도 좁아졌지만 지배구조상 지주사 CJ 지분만 확보하면 자연스레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42.07%의 지분을 통해 지주사 CJ를 지배하고, 이 회사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MN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이 부장이 보유재료를 모두 지주사 CJ 지분 확보에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유다.


이 부장이 현재 보유중인 지분은 ▲CJ올리브네트웍스(분할 후 CJ올리브영) 17.97% ▲C&I레저산업 51% ▲CJ ENM 0.5% 등이다. 그가 보유한 이들 회사의 지분가치 총합은 1398억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주사 CJ의 주가가 올 들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이 부장이 부친의 지분을 증여받기 위해선 세금을 7000~8000억원 가량 납부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 부장이 회사를 떠나 있더라도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련의 절차는 밟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부장이 CJ올리브네트웍스를 승계 지렛대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 회사를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구주매출로 현금을 확보, 이재현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CJ 지분을 물려받을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법을 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부장이 2014년말 CJ올리브네트웍스(당시 CJ시스템즈) 지분 15.9%를 부친에게 증여받으면서 세금을 냈던 만큼 이 방법을 택하면 증여세만 두 번 내는 꼴이 돼서다.


때문에 CJ올리브네트웍스의 몸집을 키워 지주사 CJ와 합병 혹은 주식스왑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CJ올리브네트웍스 인적분할 후 지주사 CJ에 남아있는 이 회사(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25만주 가량을 다시 맞교환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 절차를 밟으면 이 부장의 지주사 CJ 지분율은 종전 2.8%에서 4%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CJ ENM과 C&I레저산업도 활용도 측면에서 기대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의 경우 이 부장의 지분율이 불과 0.5%에 불과하긴 하지만 ‘기생충’ 등 콘텐츠 사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까닭에 주당 16만원 안팎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일 종가(15만6500원) 기준 이 부장의 지분가치가 170억원에 달한 배경이다. CJ EMN의 경우 향후에도 성장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승계과정에서 실탄으로서의 활용도가 우수할 것이란 평가다.


후자도 마찬가지다. C&I레저산업만 보면 별 볼일 없지만 100% 자회사 SG생활산업을 엮어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과거 C&I레저산업이 주요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의 승계 ‘인큐베이터’ 역할을 맡았다면 현재는 SG생활산업이 맡고 있어서다. 실제 C&I레저산업은 지난해 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가 전혀 없었던 반면, SG생활안전은 전체 매출(360억원)의 39%에 해당하는 141억원의 일감을 받았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분이 상장사 30%(비상장사 20%) 이상 기업 중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 다시 말해 SG생활안전의 경우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내부거래 금액이 얼마가 됐든 오너 일가가 직접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에 관련법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전까지 내부거래로 SG생활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이후 변화가 생기면 C&I레저산업에 흡수합병하거나 매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C&I레저 지분을 51% 들고 있는 이선호 부장은 어떤 식으로든 수혜를 본다.


재계 관계자는 “이선호 부장의 갑작스런 이탈로 승계 시점이 잠시 연기된 것 뿐”이라며 “이경후 상무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장이 승계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풍부히 가지고 있는 만큼 향후 마약스캔들에 따른 반대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향후 그가 복귀하면 경영성과를 입증할 수 있는 사업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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