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위기 때마다 외부동력 수혈…'김정주 매직' 또 통할까
허민과 세 번째 거래…3500억 투자하고, 외부고문으로 영입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0일 15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정주 NXC 대표.


"좀 과했네요. 술값이 이렇게 많다니요. 지금 넥슨은 게임이 안 나오고 있잖아요. 인원만 엄청나게 늘고 있고요. 뭔가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게 아닌가요."(2008년, 가을)


"이승찬한테 '메이플스토리(2004년)'를 살 때도, 허민한테 '던전앤파이터(2008년)'를 살 때도 결국 생존이 문제였어요. 결국 그런 딜을 성공시켜야 넥슨도 살아남는 거니까요."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2015년 펴낸 기업 자서전 '플레이'에서 한 말이다.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은 넥슨은 위기시마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외부에서 수혈해왔다. 이번에도 회사 매각 작업이 좌초되면서 김 대표는 다시 한 번 넥슨의 변혁을 꾀하고 있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번엔 '게임 타이틀'이 아닌 '사람'에 힘을 줬다는 점이다. 


◆ 김정주, 넥슨 구원투수로 '던파' 허민 세워


넥슨은 9일 소셜커머스 위메프의 지주사인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11.1%)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수개월 전부터 거론됐던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의 넥슨 영입도 공식화했다. 네오플 인수로 시작된 김 대표와 허 대표의 인연이 세 번째 거래로 연결된 것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넥슨은 원더홀딩스 산하 게임개발사인 원더피플과 에이스톰의 게임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에 협력하고, 허민 대표에게는 외부 고문을 맡겨 게임 개발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받겠다는 복안이다. 


넥슨은 다양한 이유로 허 대표의 직위를 '고문'으로 결정지었지만, 업계에서는 그가 프로젝트 중단 등 전환기를 맞고 있는 넥슨의 사업재편 작업에 깊숙히 관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그간 넥슨에서 신규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해 오던 정상원 부사장이 최근 퇴사하면서 그 공백을 허 대표가 메울 것이란 관측은 더욱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주 NXC 대표(좌)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허 대표는 현재 넥슨 최대 캐시카우인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김 대표는 허 대표가 부침을 겪고 있는 넥슨의 현 상황을 타개해 줄 적임자로 꼽고 오랜시간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 허 대표 영입 추진과 원더홀딩스 투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두 대표간 협상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투자액수만 봐도 김 대표가 허 대표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앞서 김 대표는 NXC를 통해 위메프에 1000억원(10.6%)을 투자, 지금까지 원더홀딩스 관련 누적 투자금만 4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그간 넥슨그룹에서 진행한 엔씨소프트(8045억원, 2014년), 글룹스(5200억원, 2012년), 비트스탬프(4500억원, 2018년)에 잇는 초대형 딜이다. 2008년 허 대표로부터 인수했던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은 3852억원에 사왔다. 


◆ 미래 위기감 확대…'생존·성장' 위한 과감한 선택


최근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구작(舊作)들의 성과에 힘입어 매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 외형적으로는 안정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음 미래를 책임져줄 신작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당초 M&A 대어가 될 것으로 점쳐졌던 회사 매각까지 불발에 그치면서, 이후 사업조직 개편 및 개발 프로젝트 정리, 주요 경영진 교체 등 연이은 개편작업이 진행중이다. 넥슨 노조에 따르면 현재 약 100명 가량의 개발직군 인원들이 프로젝트 정리 이후 새로운 보직을 얻지 못한 채 대기중이다.


직원들 사이에 팽패한 고용불안 우려는 넥슨 최고경영진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원더홀딩스 투자계획 발표와 함께 사내공지를 통해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는 안정망을 갖추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든 의사결정 전제이자 원칙"이라며 "어떤 결정에서도 넥슨이 성장하기까지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직원들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대표의 외부고문 영입에 대해서도 "회사의 더 큰 성장을 위한 선택이었다"면서 "전환 과정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직원)안정망을 고민하고 있고,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부연했다. 


사실 그간 넥슨의 히스토리를 보면 위기시마다 자체적인 내부정비를 통해 도약 발판을 마련하기보다 외부 성장동력 유입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그림을 그려왔다. 2004년 메이플스토리의 위젯과, 2008년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인수 모두 성장가도를 달리던 때가 아닌 위기에 봉착했을 때 내렸던 결정이었다. 특히 넥슨에서 독립해서 나간 이승찬 전 대표로부터 위젯을 사들인 계약은 당시 내부 개발자들에게는 충격이었지만, 현재까지도 김정주 대표의 탁월한 경영적 선택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원더홀딩스 투자와 관련 넥슨 관계자는 "허민 대표는 게임 개발에 대한 오랜 경험과 사업적 안목을 비롯한 통찰력 있는 시각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며 "특히 그의 게임에 대한 높은 열정과 통찰력이 앞으로 넥슨의 차별화된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