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제언 기자] 알루미늄 소재업체 대호에이엘의 경영권 변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 최대주주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한데다 8년만에 이사 선임과 관련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IB)에 따르면 대호에이엘은 오는 10월말부터 11월 6일까지 총 552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 방식은 유상증자(250억)와 전환사채(CB) 발행(302억원)이다.

CB는 '원데이즈인터네셔널'이라는 법인이 인수할 예정이다. 유상증자에는 대호에이엘의 최대주주인 대호하이텍이 참여하기로 돼있다.

하지만 증자 대상자는 변경될 여지가 있다. 이는 최근 대호하이텍의 지분 변동 현황에서 유추할 수 있다.

현재 대호하이텍은 대호에이엘 지분 678만5091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로 따지면 25%에 해당한다. 이는 최근 변경된 지분율이다. 지난 10일까지 대호하이텍은 대호에이엘 지분 895만5091주(지분율 33%)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중 217만주(지분율 8%)를 장외에서 블록딜(대량매매)로 매각했다.

이마저도 대호하이텍은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라 일부 주식만 매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호하이텍이 게재한 지분공시를 살펴보면 보유한 대호에이엘 전체 주식을 매각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계약금에 해당하는 주식만 일부 넘기고 중도금이나 잔금을 받을 때마다 그에 해당하는 주식을 계약 상대방에 넘기는 구조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계약 상대방은 원데이즈인터네셔널(545만5091주), 플랜코리아(135만주), 젬스톤1호조합(133만주), 다해에프앤씨(82만주) 등 네 곳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원데이즈인터네셔널 등이 대호하이텍으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차질없이 모두 매입한다면 증자 대상자도 이들 중 한 팀으로 변경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대호에이엘은 다음달 2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 2011년 6월 이후 8년만에 개최되는 임시 주총이다. 안건은 정관 일부 변경과 이사 선임 건이다. 주총 직후 증자와 CB 대금 납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게끔 일정이 잡혀 있다. 

대호에이엘은 2002년 10월, 남선알미늄의 판재사업부문이 인적분할되며 설립된 알루미늄 소재를 만드는 기업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남선알미늄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부터 주채권은행의 구조조정 관리를 받는 '워크아웃'(Workout) 절차를 밟고 있었다. 이후 2002년 판재사업부문은 대호에이엘로, 기물사업부문은 남선홈웨어(현 제로원인터랙티브)로 각각 인적분할돼 매각됐다. 남선알미늄 재무개선 작업의 일환이었다.

당시 대호에이엘을 인수한 곳은 대호차량(현 대호하이텍)이었고 남선홈웨어는 태일금속에 팔렸다. 남선홈웨어의 경우 몇 차례 주인과 주력사업이 바뀌는 과정에서 2010년 4월 주식시장에서 퇴출됐다. 반면 대호에이엘은 17년동안 같은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한 우물만 팠던 대호에이엘의 매출실적은 남선알미늄에서 분할 후 크게 향상됐다. 매출액의 경우 분할 이듬해인 2003년 563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324억원으로 2배 넘게 성장했다. 다만 이익률은 등락은 있으나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2003년 영업이익률은 3.96%이었으나 2018년은 1.66%로 집계됐다. 

남선홈웨어와 달리 대호에이엘은 자본시장과 접촉하지 않았다. 2002년부터 17년동안 단 한 차례도 증자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mezzanine) 발행이 없었다는 의미다. 이번 CB 발행과 유상증자가 설립 후 처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