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국내 대표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이하 삼성)와 LG전자(이하 LG)가 8K TV 선점을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LG는 삼성 제품이 국제 규격에 미달해 '가짜 8K '라고 주장하는 반면 삼성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것일 뿐 종합적으로 보면 8K 기술은 틀림없다는 입장이다. 

8K TV는 화질이 현재 상용화된 풀HD TV와 비교해 16배 더 선명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나온 TV 중 해상도가 가장 높은 제품군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8K TV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규격에 따라 가로 7680개, 세로 4320개로 총 3300만개 이상의 해상도를 지원해야 하며, 화질선명도(CM) 50%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번 삼성·LG 갈등의 주요 쟁점은 '삼성 TV를 8K로 인정해야 하느냐, 아니냐'다. LG는 삼성 제품의 화질선명도가 ICDM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가짜 8K'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 제품은 ICDM의 해상도 기준을 충족하고는 있지만 화질선명도는 기준인 50%에 못 미친다. LG 제품의 화질선명도는 90%를 넘는 반면 삼성의 제품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화질선명도가 품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척도가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다. 1927년에 발표된 개념인 화질선명도가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 흑백 TV의 해상도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해온 척도라는 이유에서다. ICDM 역시 최신 디스플레이에는 화질선명도 기준을 적용하는 게 불완전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은 초고화질 해상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삼성은 올해 초 '8K 협회'를 만들고 8K 가치 극대화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 협회 기준에는 해상도, 최대 밝기, 전송 인터페이스, 압축 규격 등이 포함된다.  

삼성 관계자는 "화질선명도만 가지고 8K가 아니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밝기, 컬러 등 종합적인 품질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참고로 삼성 QLED 8K TV는 국제표준기구(ISO), 독일 화질 인증기관 VDE의 인증을 받은 기술이다"라고 언급했다.

두 회사의 신기술 관련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K TV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한 차례 갈등을 빚었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밝기를 올리기 위해 기존 RGB에 흰색(W)를 추가해 4K TV를 만들었다. 삼성은 RGB에 W가 추가된 TV를 진정한 4K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전력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방법일 뿐, 픽셀 수가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4K TV임은 틀림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ICDM은 LG의 손을 들어줬다. RGB 방식 외에 RGBW, RGBY 등도 같은 해상도 측정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는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8K 신경전 역시 누가 승자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번 IFA 2019에서 얇고 말리는 OLED 제품(LG)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도 고해상도를 구현한 8K LCD 제품(삼성)에 관심이 집중됐다"며 "유일한 OLED 패널 제조사 LG가 TV 신기술, 마케팅 측면에서 삼성에 계속 밀리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