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개발은 지난 17일자로 6000만달러(710억원) 규모의 해외 CB(6회차)를 발행키로 했다. 제주에 복합 리조트 단지를 개발하는 드림타워 프로젝트 자금을 모집하기 위한 목적이다. 투자자는 헤지펀드 운용사인 린덴어드바이저스와 LMR파트너스로 각각 4000만달러와 2000만달러 어치의 롯데관광개발 CB를 오는 20일자로 매입한다.

롯데관광개발 6회차 CB는 "발행일 이후의 주가가 발행시점의 기준가액보다 낮아지더라도 리픽싱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전환가를 최근 시가 대비 7% 이상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1만3850원으로 책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에게는 상당히 불리하게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다.

상장사가 발행하거나 상장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메자닌(Mezzanine)은 시가와 연동 가능한 리픽싱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가가 낮아진만큼 더 많은 주식을 교부해 투자자의 손실을 막으려는 장치다. 리픽싱 한도는 발행사 또는 기초자산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발행 당시의 50~70%로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무상태가 나쁘거나 ▲원리금 상환능력이 저조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경우 액면가까지 리픽싱이 가능토록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롯데관광개발 6회차 CB 투자자들은 리픽싱 대신 다른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CB 투자에 앞서 롯데관광개발의 모회사인 동화투자개발로부터 주식을 빌려 대차거래를 단행하는 방식이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앞서 단행한 대차거래에서 수익이 발생하게 돼 CB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벌충할 수 있다.

동화투자개발은 6회차 CB 발행을 앞둔 지난 11일 NH투자증권에 460만주의 롯데관광개발 주식을 대여했다. 시가로는 약 600억원 어치에 해당한다. NH투자증권은 이들 주식을 곧바로 골드만삭스와 UBS에 대여했다. 골드만삭스는 린덴어드바이저스, UBS는 LMR파트너스의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수행했다. NH투자증권은권은 롯데관광개발과 해외 투자자들 사이의 프라임 브로커 역할을 맡았다.

린덴어드바이저스와 LMR파트너스는 동화투자개발로부터 빌린 롯데관광개발 주식을 곧장 매도했다. 매각 규모는 54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린덴어드바이저스·LMR파트너스는 오는 2023년 8월 말까지 동화투자개발에 동일한 수량의 롯데관광개발 주식을 되돌려 주기로 했다.

공매도로 간주되는 이같은 방식의 대차거래는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대차거래를 단행한 기관 입장에서 추후 저가에 주식을 매닙해 되갚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관광개발 6회차 CB를 매입한 린덴어드바이저스·LMR파트너스에게는 자신들이 단행한 대차거래가 마냥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롯데관광개발의 주가에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인 거래량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도 다수의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린덴어드바이저스·LMR파트너스가 쏟아낸 대차거래 물량이 일단은 롯데관광개발 주식 거래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롯데관광개발의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면 린덴어드바이저스·LMR파트너스의 대차거래는 적잖은 손실을 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전환가가 정해진 CB를 주식으로 바꾼 뒤 장내외에서 주식을 처분한다면 대차거래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한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