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국내 대표 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한토신)과 한국자산신탁(한자신)의 재무부담이 지난 3~4년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는 상대적으로 리스크 높은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 비중이 높은 곳들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양사 모두 재무부담이 위험수준에 육박했지만 올해 들어 한토신은 재무리스크를 낮춘 반면, 한자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성근 한국신용평가 구조화평가본부 연구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크레딧 세미나에서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분양대금과 공사대금의 일정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신탁사의 유동성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분양성과에 따라 신탁사의 대손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회수가능성이 불확실할 경우 신탁계정대여금 등에 대손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신탁사의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장이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다는 점은 상당한 불안요소”라며 “지방 사업장은 꾸준히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신평에 따르면 한토신과 한자신이 2014~2015년 분양을 시작한 사업장은 12개월 만에 손익분기점(BEP) 수준인 분양률 80%를 달성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분양률이 38%로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 증가는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 비중이 절대적인 한토신과 한자신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이들 신탁사가 보유한 사업장 중 분양 개시 후 12개월, 24개월, 36개월까지 분양률이 각각 60%, 70%,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안사업장이 늘고 있다.
한토신의 경우 전체 사업장 중 현안사업장의 비중은 2016년 2%에 불과했지만 올해 6월에는 이보다 8배 이상 높은 17%로 증가했다. 한자신의 현안사업장 비중은 2016년 7%에서 올해 6월 25%로 늘어났다.
분양 시작 후 40개월 뒤에도 완료를 하지 못한 40M+ 사업장의 비중은 한토신의 경우 2014~2015년 17%에 달했지만 점차 낮아져 올해 6월 6%로 감소했다. 한자신은 정반대다. 2014~2015년 5%에서 2016년 4%로 낮아졌지만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며 올해 6월 15%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에서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지만 한토신과 한자신의 대응방향은 사뭇 다르다. 한토신은 차입형 개발신탁 수주를 통제하고 도시재생 사업 비중을 낮추고 있다. 반면 한자신은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응방향의 차이는 수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잔여사업비/자본총계 비율을 살펴보면 2016년 한토신 969%, 한자신 913%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후 한토신의 비율은 2017년 740%, 2018년 378%, 2019년 6월 362%로 크게 감소했다. 2016년 한토신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한신평은 2년 만에 안정적으로 의견을 변경했다.
한자신은 3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2017년 1285%로 오히려 상승했고 2019년 6월 기준 887%를 기록했다. 조 연구원은 “한자신의 재무부담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유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입형 개발신탁에 비해 책임준공형 개발신탁의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조 연구원은 “책임준공형 개발신탁 사업장의 경우 분양률이 저조한 것이 있긴 하지만 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건설사가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않는 사례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책임준공형 개발신탁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의 재무상태도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다. 조 연구원은 “KB부동산신탁은 차입형 개발신탁 축소로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하나자산신탁은 채권 발행 후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현금을 고려한 순부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자본적정성이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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