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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정’의 꿈, 하늘서 실현할까
이상균 기자
2019.09.26 08:40:09
①현대차서 축출된지 20년…건설업 대체재로 항공업 선택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6일 08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부여가 가능한 결정이다. 정세영 선대회장과 정몽규 회장이 20년 전 현대자동차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며 현대산업개발로 옮겨온 이후 처음으로 건설부동산과 전혀 다른 업종으로 진출을 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은 이제까지 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산 10조원 규모의 거대 기업이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우려스러운 딜(deal)이다보니 유력 후보로 언급되던 대기업들이 손사래를 친 것과 달리, 현대산업개발이 호기롭게 달려든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재계에서는 정세영 선대회장이 현대차에서 못 이룬 꿈을 항공업으로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보인다.


◆왕회장 한마디에 32년 현대차 생활 종지부


1999년 3월 3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동생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을 집무실로 호출했다. 앞서 2월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세영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간 경영권 논란이 불거진 직후였다. 방에는 정주영 회장의 최고 참모들이 모두 모여 있었고 그들의 표정은 모두 굳어있었다. 


정세영 회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정주영 회장이 입을 열었다. "몽구가 장자인데 몽구에게 자동차를 넘겨주는 게 잘못됐어?"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차 경영권을 넘겨주고 완전히 손을 떼라는 의미였다. 정세영 회장은 “잘못된 거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주영 회장이 “그렇게 해!”라고 하자 “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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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선대 회장(포니정 재단 홈페이지)

정세영 명예회장이 32년간 몸담았던 현대차 생활은 큰형님의 말 한마디에 종지부를 찍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자서전(미래는 만드는 것이다)을 통해 “나는 자연스럽게 현대차의 오너 입장으로 살아왔고 주위의 모든 사람 또한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제 ‘떠나라’는 한마디에 두말없이 회사를 떠나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 되었으니, 사실 나는 ‘오너의 허울을 쓴 전문경영인’이었던 모양이다”며 회한에 젖었다.


이틀 뒤인 3월 5일 오후 2시. 정세영 명예회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정몽구 회장의 현대산업개발 지분과 정세영-정몽규 부자의 현대차 지분을 맞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차의 개인주주 중 최대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 오후 5시 계동 사옥 지하강당. 정 명예회장은 이임사를 낭독한 뒤, 마지막 순서로 직원들과 사가를 제창했다. 정 명예회장은 아들(정몽규 회장)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고 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포니 정, 자동차를 분신처럼 여겨


포니 정으로 불린 정세영 명예회장의 삶은 현대차와 동일어로 인식됐다. 그의 자서전에서 현대차의 비중은 80%가 넘는다. 새롭게 자리 잡은 현대산업개발 얘기는 1페이지도 되지 않을 정도다. 


자동차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던 포니 정의 아쉬움은 그와 함께 이동한 현대차 출신 경영진들과 함께 현대산업개발 사내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고위 임원진들 사이에서는 그룹의 주력이었던 현대차를 포기하고 옮겨온 것에 대한 상당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며 “언젠가는 자동차를 대체할만한 핵심 사업을 다시 찾아오고 말 것이라는 결의를 보이는 임원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아쉬움은 정몽규 회장도 일정부분 공유를 할 수밖에 없다. 정 회장 역시 사회생활을 현대차에서 시작했다. 1988년 현대차 대리로 입사해 1991년 상무,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회장을 지냈다. 


1998년 5월 현대차에서 대규모 노조파업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노조 대표와 담판을 짓기 위해 전쟁터와도 같은 노조본부를 직접 방문하는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이 아들의 의지와 용기에 마음이 든든해졌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차에서 축출되기 두달 전인 1998년 12월 정몽구 회장에게 회장직을 내주고 부회장으로 이동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포니 정의 못다 이룬 꿈을 다시 실현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기도 한다. 자동차가 항공으로 대상이 바뀌긴 했지만 건설업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현대산업개발의 의지가 녹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3~4년간의 주택경기 호황으로 현금을 두둑이 쌓은 현대산업개발이 건설부동산과 전혀 다른 업종에 눈을 돌리는 것도 눈여겨볼만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과 마찬가지로 주택사업 호황으로 수조원을 벌어들인 건설사들은 대부분 건설부동산과 관계된 업종에 투자하며 주택경기 불황을 대비하고 있다”며 “현대산업개발은 과거부터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운영과 개발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등 여타 건설사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 곳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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