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3층에서 열린 크레딧 세미나에서 “분양가 상한제 등 건설사에 비우호적인 규제환경은 중소형건설사보다 대형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전체 공급물량 대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공급물량은 최근 5년간 평균 10.7%”라며 “이중에서도 이번 규제로 사업 지연이 가장 우려되는 서울의 공급물량은 전체 물량의 9.6%”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정비사업의 공급물량 상위 5개 건설사들 비중은 평균 22%로 시장 평균(9.6%)을 상회한다”며 “HDC현대산업개발 29%, 현대건설 27%, GS건설 18%, 롯데건설 17%, 대림산업 16%로 시장 평균치보다 높은 비중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 실장은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단기적으로 건설사들에게 급격한 실적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정비사업 비중이 높은 상위 4개 건설사들은 규제가 적용되는 물량을 제외해도 최근 3년간 건축 매출액의 2.8배 수주잔고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건설사들이 해외 플랜트와 토목사업에서 주택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 실장은 “최근 해외플랜트 손실은 크게 줄어들었다”며 “2017년까지는 기존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예상치 못한 원가 상승으로 계약원가가 크게 늘었지만 지난해부터 대부분 사업의 공사원가 변동 폭이 공사수익 범위 안에서 통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던 중동 매출 비중이 2017년 이전과 비교해 감소했고 건설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힘쓴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반면 국내 건설사들은 글로벌 유가 하락과 대규모 해외 플랜트 손실 후 해외수주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8월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137억 달러로 전년 동기(204억 달러) 대비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설령 해외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를 수주했더라도 마진률이 낮아 큰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신평은 실적 개선 추세가 꺾이긴 했지만 등급이 급격히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 실장은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들은 주택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향세가 급격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 상위 건설사 14개의 아파트 공급물량과 분양률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늘어났다”며 “다만 지방의 경우 분양률이 93%에서 67%로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신평은 대형건설사들의 최근 대응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주요 건설사들은 현금성자산을 늘리고 차입금을 줄이면서 유동성이 좋아졌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모도 지난해 9조원에서 올해 8조원으로 감소했고 우발채무 위험도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다만 건설사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위험성이 높은 신규 사업으로 진출할 경우 등급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