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업황 부진' 먹구름 낀 롯데父子의 꿈
①신격호-동빈 代이은 '화학사랑'…공급 늘고, 원료비 오르고 '이중고'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4일 09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10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살핀 사업은 롯데케미칼이었다. 출소 5일 만에 롯데지주를 통해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일부(23.24%)를 빠르게 사들였다. 구속기간 동안 미뤄졌던 지주사 체제 완성을 위한 조치였다. 


이 지분 매입으로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를 받고 있던 롯데케미칼을 지주사 내에 안정적으로 편입시키게 됐다. 당시 롯데가 롯데케미칼을 품기 위해 들인 비용은 2조2274억원에 달한다. 인수대금 전액을 단기차입으로 마련했다. 롯데케미칼에 대한 신 회장의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 아버지가 터 닦고, 아들 경영수업 '전진기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그룹이 화학사업에 첫 발을 내딛은 건 신격호 명예회장이 그룹을 이끌던 시절이다. 


60년대 일본에서 금의환향한 신 명예회장은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분야에서 고도성장을 일군 일본의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 중화학공업, 그 중에서도 석유화학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시기 이미 락희화학(현 LG화학)을 보유하고 있던 LG그룹을 중심으로 정부사업 추진이 결정되면서 일단 신규 진출에 대한 꿈을 접었다.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70년대 들어 국영기업의 민영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롯데는 공기업인 여수석유화학이 갖고 있던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지분을 인수했고, 마침내 79년 석유화학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이후 당시 물가로 엄청난 금액인 수천억원의 재원을 호남석유화학에 쏟아 부었고, 이 회사의 성장에 따라 롯데그룹 성장에도 속도가 붙었다. 


바톤을 이어 받은 신동빈 회장 역시 화학분야에 크게 힘을 실었다. 그룹 내 계열사에서 가장 먼저 경영수업을 받은 곳도 바로 호남석유화학이었다. 이렇게 성장한 롯데케미칼은 40여년이 지난 현재도 그룹 이익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 에틸렌 가격 하락에 이익 반토막



그러나 최근 국내 화학업계는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국제 가격 하락세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틸렌 추출 기반인 기름 값은 오르고, 공급량은 늘고 있다. 


이 같은 여파는 롯데케미칼도 피해가지 못했다. 영업이익 2조원대를 웃돌던 슈퍼호황기는 2년 만에 끝났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0% 이상 빠졌다. 순이익도 28% 줄었다. 올해는 아예 반토막났다. 


하반기부터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에틸렌 호황으로 관련 설비 증설에 앞다퉈 뛰어든 국내외 화학기업들의 생산량 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중국발 수요부진, 유가 불안정 등이 맞물리면서 업계에서도 당분간 낙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의 주 소재가 되는 에틸렌을 비롯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원료를 생산한다. 사업부문은 크게 폴리머, 모노머, 기초유분으로 나뉘는데, 이들 부문의 기초원료로 모두 에틸렌이 투입된다. 


현재 주력사업은 40여년 이상 노하우를 축적해온 폴리머다. 반기 실적 가운데 폴리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60%대로, 사실상 폴리머가 현재의 롯데케미칼을 지탱하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폴리머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원료로 생산되는 고체상태의 제품으로, 주로 플라스틱 가공업에 사용된다. 롯데케미칼에서는 대표적인 폴리머 제품인 폴리에틸렌, 폴리카보네이트(PC) 등을 생산중이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폴리머보단 모노머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인 것에 비해 영업이익 비중은 40%를 훌쩍 뛰어 넘었다. 


그런데 올 들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시장 심리 위축 ▲글로벌 공급 확대 ▲원료가격 상승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전년 대비 20%p 가까이 떨어졌다. 모노머는 기초유분을 활용한 액체상태의 제품인데, 수요와 공급 외에도 유가, 기름에서 추출한 나프타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 이익 꺾여도 R&D 확대…3년새 75%↑


롯데케미칼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수익성을 높여 나가기 위해 고도화 해 나가고 있는 분야는 회사의 근간인 석유화학이다.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업의 대부분이 석유화학에 집중돼 있다. 불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경쟁사들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롯데캐피탈은 2015년 527억1000만원 수준이었던 연구개발(R&D) 비용을 2016년 636억200만원, 2017년 917억4800만원, 2018년 923억6700만원 등 3년새 75% 이상 끌어 올렸다. 2015년과 2018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1%, 22%씩 늘어나는데 그쳐 아직 투자가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마찬가지다. 투입한 R&D 비용은 전년동기 대비 5% 줄어든 433억3000만원인데 누적 매출은 8% 줄어든 7조7564억42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3% 감소한 6418억340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공격적인 투자에 대해 '역발상'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불황은 언젠가 끝이 나게 돼 있고, 그 후엔 호황이 있다는 게 롯데가 목표로 하고 달려 나가고 있는 종착지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최근 대규모 증설투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며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하에서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 또 호황기에 축적한 재무적 여력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가 주효하게 봐야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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