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프로젝트’ 갑을관계 바뀌나
기술력·사업성 입증되면 앞다퉈 상장...상장피 사라지는 추세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1일 10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 높은 상장피를 내고 여러 거래소를 찾아다니며 ‘을’로 취급되던 프로젝트가 최근에는 ‘갑’으로 변모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량이 낮아지고 비트코인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ICO를 추진하는 프로젝트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시장 침체기를 겪으면서 ICO 투자자들이 줄자, ICO를 진행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크게 줄고 거래소만 늘어난 상황이다. ICO 분석 기업인 ICO레이팅(ICOrating)에 따르면 지난해 5월까지는 매달 수백개의 프로젝트가 ICO를 진행했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를 겪었던 지난해 3분기부터는 50개 이하로 급감했다. 10월 현재 진행 중인 ICO는 22개에 불과하다. 반면 암호화폐 분석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중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거래소는 250개에 이른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까지의 ICO 개수 추이 (출처 : Long Hash)


 

ICO를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가 급격히 줄면서 거래소에 상장을 추진하는 코인 개수도 줄었다. 상장 코인 개수가 줄어든 것은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국내 거래소 중 올해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한 코인은 총 17개다. 반면 지난해에 상장된 코인은 약 30개였다. 또 다른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해 57개, 올해 29개를 각각 상장했다. 두 거래소 모두 상장 코인 개수가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다. 


양질의 프로젝트는 직접 상장할 거래소를 찾아나설 필요도 없이 거래소가 먼저 손 내미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인원이다. 다른 거래소들과 달리 코인원이 상장한 코인 개수는 지난해 7개에서 올해 34개로 대폭 늘었다. 그러나 올해 코인원에 상장된 코인들은 새롭게 ICO를 진행한 곳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진행된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지나 현재까지 기술 개발에 진척을 보이고 있는 곳 위주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코인원 관계자는 “요즘은 프로젝트들이 가시적인 기술적 성과를 내면서 뚜렷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상장 가능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코인원의 경우에는 프로젝트의 기술 개발 진척 등의 상황을 보고 먼저 프로젝트에게 연락을 한다”고 전했다. 2017년부터 IC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후 현재까지 성과가 나온 프로젝트 위주로 상장을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거래소가 상장할 수 있는 코인 수가 적어지고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프로젝트가 어디인지 명확히 드러나자 거래소와 프로젝트 사이의 갑을관계가 바뀌고 있다. 거래소가 프로젝트에게 요구했던 상장 수수료, 이른바 '상장피(Listing fee)'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금까지 프로젝트가 높은 상장피를 내면서까지 상장을 하려했던 이유는 ICO를 통해 판매한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켜야만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ICO가 줄어든 만큼 상장을 원하는 프로젝트도 없어 상장피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십억원에 육박했던 상장피가 최근 2억원대로 줄었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인원의 경우는 상장피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한 블록체인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ICO 붐이 일었던 2017년부터 지난해 까지는 기술적 성과가 나온 프로젝트가 없었기 때문에 높은 상장피를 내는 프로젝트는 쉽게 상장할 수 있었다”라며 “지금은 상장피를 많이 내는 프로젝트 보다는 성과가 나온 프로젝트 위주로 거래소들이 까다롭게 심사하는 추세”고 말했다. 


거래소가 우후죽순 늘어나 특정 거래소에만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는 점도 거래소와 프로젝트간 갑을관계를 변화시킨 요인이다. 프로젝트 사이에서도 믿을만한 거래소 위주로만 상장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 국내 유명 블록체인 프로젝트 관계자는 “여러 거래소들이 우리 코인을 상장하고 싶다며 연락을 했고, 이들 거래소들 중에서 괜찮은 곳을 골라 상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입장에서도 규모가 크고 믿을만한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가두리 펌핑을 하거나 입출금 제한이 잦은 중소 거래소에 상장할 경우 자칫 프로젝트 이미지도 손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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