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우리를 건설사로만 보지 마라”
⑩유화업 리스크 높은 해외투자사업 추진…건설업 현상유지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2일 09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건설업만 하는 기업이 아니다. 우리를 그렇게 보지 말아 달라. 우리에겐 다른 건설사와 달리 유화사업이 있다.”


최근 증권사 주최로 열린 기관투자가와의 IR 행사에서 대림산업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말이다. 여타 건설사와 달리 유화사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변동성에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리스크가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2010년대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이해욱 회장의 경영 핵심은 수익성 극대화와 함께 사업 다변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보다는 석유화학 사업 투자를 오랜 기간 꾸준히 늘려왔다.


◆공사비 90% 이상 확보해야 시공


이 회장이 대림산업 구조조정실에 들어갔던 1998년부터 이후 10여년간 그의 관심사는 건설사업에 쏠려있었다. 이때를 전후해 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도입해 견고하면서도 실용적 디자인, 친화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기업 브랜드가 좌지우지하던 아파트 시장을 개별상품 브랜드 시대로 바꿔놓은 계기를 만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건설사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신평면 개발과 사업방식 개선, 설계 및 시공 전 분야에 걸친 원가혁신을 도모했다. 이 같은 꾸준한 체질개선 노력 덕분에 대림산업은 주택사업 매출총이익률 20%가 넘는 성과를 달성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건설업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더 주력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대림산업이 직접 택지를 매입해 시공까지 책임지는 자체개발사업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대림에너지는 남부발전과 함께 미시간주 남부 나일즈에 1085MW급 LNG 복합화력 발전소를 건설해 2022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심지어 택지매입 경쟁에서도 대림산업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자체개발사업인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도 2005년에 확보한 택지다. 한때 골칫덩어리였던 미착공 사업장도 오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리한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은 부동산 PF를 조성하기 전, 공사비의 90% 이상을 확보해야만 시공사로 참여한다”며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리스크 관리 수준이 깐깐하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반포의 아크로 리버파크 하자 보수 논란이 불거진 이후,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너무 소극적이라는 평도 나온다”며 “최근 수년간 대형 재건축 수주전에서 대림산업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건설부문 대표도 경영관리 전문가에게 맡겨


건설업 공백은 유화사업이 메우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림산업의 주요 투자내역을 살펴보면 유화사업 비중이 압도적이다. ▲2009년 폴리부텐(PB) 사업의 C4유도품 건설 864억원 ▲2011년 필름(FILM) 부문 BOPP 설비 증설 295억원 ▲2012년 필름(FILM) 부문 BOPP 설비 증설 495억원 ▲2014년 PB2 7만5000톤 증설 사업 311억원 ▲2018년 여수공장 폴리에틸렌(PE)2 증설 2111억원 등이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0년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고반응성 PB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유화사업 매출원가율은 2011년 91~93%에 머물렀지만 2012년부터 80% 후반대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2016년 2분기에는 72.7%를 기록하는 등 2015년부터 2017년까지 70%대를 유지했다. 올해 2분기는 85.8%다.


해외 플랜트에 소극적인 것과 달리, 유화사업과 에너지사업은 해외진출도 추진할 만큼 적극적이다. 호주, 칠레, 요르단, 미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6개국에 진출해 석탄화력, LNG,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발전소 등 총 4기가와트(GW)의 발전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유화사업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건설업과는 정반대다. 기존 EPC(설계·조달·시공)에서 나아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받는 해외 개발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9월 태국 석유화학 회사 '피티티 글로벌 케미칼(PTT Global Chemical)'과 손잡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석유화학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양사는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분해공장과 이를 활용해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어 공동운영할 계획이다. 4~5년간 총 투자액이 1조5000억~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산업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두 배 수준이다. 사실상 대림산업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다.


건설업과 유화업의 달라진 사내 위상은 최고 경영진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대림산업 이사회는 4명의 사내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사내이사는 이해욱 회장과 유화부문 대표인 김상우 부회장, 건설부문 대표인 박상신 부사장, 남용 고문으로 이뤄졌지만 갑작스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박 부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배원복 경영지원본부장이 자리했다. 


박 부사장은 유일한 건설사업 전문가였지만 이번 인사로 주택사업본부장으로 물러났다. 반면 김상우 부회장의 직급은 신임 건설부문 대표인 배원복 본부장보다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영관리에 강점을 지닌 인사를 건설부문 대표에 앉혔다는 것은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라며 “대림산업 건설부문은 당분간 현재 경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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