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카카오가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이하 SKT)와 지분을 맞교환(스와프)하려는 배경은 무엇일까. 대규모 인수합병(M&A)에 관심을 보이며 실탄을 모으고 있는 만큼, 현금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지분을 교환키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SKT의 지분 스와프는 카카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000억원 규모의 신주 217만7401주(지분율 2.5%)를 발행하고 이를 SKT에 배정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카카오는 그 대가로 SKT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26만6620주(1.6%)를 받는다. 

기존 보유 자사주를 제공하는 SKT와 달리,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지분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카카오는 나눌 만한 자사주가 충분치 않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기준 422만8304주(5.08%)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주식의 상당부분(179만주, 2.15%)이 카카오M 인수 당시 발행한 교환사채(EB)의 기초자산으로 잡혀있다. EB는 회사 자사주를 교환사채권자에게 넘기고 자금을 빌리는 회사채의 일종이다. 사채권자가 주식교환을 요구하면 자사주를 내줘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사주를 장내에서 취득할 만큼의 현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우수한 수준의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현금성 자산은 별도 기준 9023억원, 연결 기준 2조2401억원이다. 총차입금은 6500억원대(연결 기준)로, 보유 현금을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그 동안 카카오가 조단위 규모의 인수합병(M&A)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신주를 발행키로 한 이유를 파악해볼 수 있다. 카카오는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2조원에 가까운 금액에 인수했다. 지난 6월에는 거래금액이 10조원에 달하는 '넥슨' 본입찰에 깜짝 등장하며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넥슨 인수 불발 이후 수조원대의 매물을 계속해서 물색했던 넷마블처럼, 카카오 역시 M&A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주체 중 하나다.

M&A 실탄 마련 움직임도 꾸준했다. 지난해 초 카카오는 10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권(GDR)을 발행해 싱가포르 시장에 상장시켰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지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어진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상반기 'IPO 대어'로 불리며 상장을 준비해 나갔다. IPO 시장 침체와 감리 회계 이슈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9월 상장 계획을 접고, 상장 시기를 나중으로 미뤘다. 대신 카카오페이지가 IPO 시장 출격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현재 1조원에 못 미치는 기업가치가 상장 후 4조원으로 뛸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기업이다. 

이에 따라 이번 SKT와의 거래에 대해 자금 출연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상호투자를 통해 강력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포털사업 및 통신·커머스 시너지 효과까지 일거양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전략담당 부사장은 지분 스와프 소식을 알리면서 "이번 협력은 단순한 사업 협력 계약과 달리 상호 주식 교환을 수반해, 보다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한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사업 협력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