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현장에서 느끼는 쿠팡맨들의 고용불안이 커지는 모양새다. 쿠팡 본사의 매출 폭증으로 이들의 업무량은 가중되는 가운데에서도 근무자 물갈이가 잦은 탓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맨은 시간 당 15건, 근로시간(10시간)동안 150여개의 제품을 배송한다. 개인별로는 하루 배송건수가 200건이 넘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맨 A씨는 “회사서 요구한 시간당 배송건수는 15건인데 추석 등을 포함한 성수기에는 처리 물량이 훨씬 많아진다”면서 “쿠팡 사세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 업무량이 늘어나는 데다 몸을 쓰는 일인 만큼 겨울시즌을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쿠팡의 매출은 2016년 1조9159억원, 2017년 2조6846억원, 지난해 4조4228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는 올해 쿠팡이 6조원의 매출을 올릴 여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맨이 처리해야 할 물량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쿠팡맨의 숫자는 커지는 쿠팡 매출만큼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당초 2017년까지 쿠팡맨의 숫자를 1만5000명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지난 9월 말 기준 사무직을 포함한 쿠팡 근로자는 총 8062명에 그친다. 매달 300명에서 700명 수준으로 신규직원이 입사하지만 퇴사자도 많아 총 근로자 수가 크게 늘지 않고 있어서다. 쿠팡이 프리랜서인 쿠팡플렉스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도 쿠팡맨 자체로 물류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높아지는 업무강도와 더불어 쉬운 해고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담당하는 야간 근무자의 이탈률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의 골자가 소비자가 전날 구매한 제품을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무조건 업무를 끝내야 하는 부담을 지기 때문이다.

A씨는 “시간 당 가구배송 건을 지키지 못 할 경우 센터 내 타 쿠팡맨이나 프리랜서인 쿠팡플렉스에게 물량이 넘겨지고 해당 쿠팡맨은 낮은 고과 탓에 해고확률이 높아진다”면서 “쿠팡맨은 정규직이 되려면 2년 간 고과를 잘 챙겨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물량을 시간 내에 소화해야 하는 압박이 크고 이 과정에서 해고되거나 자진 퇴사하는 인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택배기사의 경우 하루에 200~300건에 달하는 물량도 소화하지 않느냐” 면서 쿠팡맨의 업무강도가 마냥 높은 건 아니라는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쿠팡 물류 현장에서는 쿠팡맨과 택배기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택배기사와 쿠팡맨은 배송실적 기준이 다르다. 통상 택배기사(지입차량)는 배송 건수마다 실적(배송료)을 올리는데 반해 쿠팡맨은 가구 수를 기준으로 한다. 이들 근로자가 1시간 동안 10가구에 총 30개의 물건을 배송했을 경우 택배기사의 실적은 30건이지만 쿠팡맨은 10가구 배송을 마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쿠팡맨은 1시간 내 15곳 배송 원칙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고과에서도 불리해진다.

기존 택배와 쿠팡맨의 수익구조도 크게 다르다. 지입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서 배송 건당 수수료 수익을 낸다. 많은 물량을 처리할수록 수입이 많아진다. 반면 쿠팡맨은 신입 기준 야간조의 경우 월 290만원, 주간조는 25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고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