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공개"
사내메일로 경쟁사 자료 삭제 지시…ITC에 조기 패소판결 등 강력 제재 요청
참고: LG화학의 ITC소송제기일 4/29, SKBA: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전기차 배터리 관련 특허 침해 여부를 놓고 법적공방중인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의도적 증거 삭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증거제시과정에서 SK이노베시션의 광범위한 증거인멸, 법정 모독 등의 행위가 나타났다며 ITC에 조기 패소판결 등 강력한 제재를 내려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ITC에 소송을 제기한 다음날인 지난 4월30일 SK이노베이션이 이메일을 이용해 자료 삭제를 지시한 증거인멸 정황을 발견했다"며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 등 강력한 제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ITC는 13일(현지시간) LG화학이 제출한 강제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을 ITC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LG화학은 강제 요청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증거보존 의무 무시 ▲ITC 포렌식 명령 미준수 등의 행위를 근거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리거나,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테스트·수주·마케팅 등 광범위하게 사용한 사실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단계까지 진행될 것 없이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진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하여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LG화학 "광범위한 증거인멸 시도 수차례"


LG화학은 제출한 요청서에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가 소송 직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LG화학은 ITC 영업비밀침해 제소에 앞서 2017년 10월, 2019년 4월 초 두 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공문에는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LG화학은 "내용증명을 보낸 지난 4월8일, SK이노베이션이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를 삭제하라는 내용의 메모를 보냈다"며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12일 사내 관련조직에 삭제 지시서와 LG화학 관련 파일·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엑셀시트 75개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 8월 제출한 문서 중 휴지통에 있던 ‘SK00066125’에 해당한다. 이 엑셀시트 한 개에서만 980개의 파일과 메일 목록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74개 엑셀시트에서는 총 3만3000개에 달하는 파일과 메일 목록이 삭제를 위해 정리돼 있었다는 게 LG화학의 입장이다.


◆ "영업비밀 전파 경로 다양…ITC의 포렌식 미이행 심각한 문제" 지적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이메일, 사내 컨퍼런스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전파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직원이 'LG화학 연구소 경력사원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고 요약한 정보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사내 공유한 것을 발견했다"며 "여기에는 LG화학의 전극 개발 및 생산 관련 상세 영업비밀 자료가 첨부돼 있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또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과 LG화학 난징, 폴란드 공장의 코터(Coater) 스펙을 비교하고 해당 기술을 설명한 자료 ▲ 57개의 LG화학 소유의 레시피 및 명세서 등을 사내 공유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LG화학측은 SK이노베이션이 파일 ‘SK00066125’가 휴지통에 뒀던 점, 980개 목록의 실제 파일 및 메일들이 소송과 관련이 있음에도 ITC에 제출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최근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다. ITC는 지난 10월3일 "980개 목록에서 LG화학 정보가 발견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며 "LG화학 및 소송과 관련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서 복구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은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980개 문서가 정리되어 있는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만 조사했다"며 "나머지 74개 엑셀시트에 대해서는 포렌식 전문가를 직접 고용해 자체 포렌식 절차를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또 "포렌식 진행 시 LG화학 전문가도 참석해 관찰할 수 있도록 하라는 ITC의 명령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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