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구조조정 칼 빼드나
지주사에 전략통 발탁…호텔‧자동차부품‧발전사업 정리 가능성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5일 15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대림그룹이 지주사에 전략 전문가를 부사장으로 발탁하면서 그동안 오랜 숙원이었던 대림산업의 비주력 계열사 정리가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림산업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호텔과 자동차부품, 발전사업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대림코퍼레이션의 2대주주로 KCGI(강성부펀드)가 들어오면서 대림그룹 지배구조에 변수가 발생했다. 더욱이 내년 3월 이해욱 회장의 대림산업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 구조조정을 포함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림산업 PBR 0.67배…주가 저평가


대림코퍼레이션은 최근 정기인사를 실시해 이준우 전무이사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신임 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사내 최연소 임원이지만 LS그룹 등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등 업무역량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LS 재직 시절에는 자동차 전장부품업체 LS오토모티브와 LS엠트론 동박·박막사업부문 매각을 주도하기도 했다.


STX 출신 관계자는 "이준우 부사장은 STX 내에서 전략통으로 유명했던 인물"이라며 "신사업 추진은 물론,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매각하는 구조조정 경험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의 이 부사장을 대림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지주사의 넘버 2로 앉힌 것은 핵심 계열사인 대림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림산업의 주력사업은 건설과 유화이지만 20여개의 자회사 중에는 주력사업과 연관이 없는 사업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텔(제주항공 우주호텔, 글래드호텔앤리조트)과 자동차부품 계열사(대림자동차공업, 대림오토바이), 발전사업(포승그린파워, 포천파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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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자회사가 연결 재무제표를 통해 대림산업에 반영되는 매출액 비중도 5%안팎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부품과 오토바이 사업부는 과거에 비해 생산라인을 어느 정도 정리한 상태이지만 정리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다고 한다”며 “경기 민감도가 높고 실적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발전사업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된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은 동종 업계 내에서도 이익률이 높고 재무구조가 건실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대표적인 종목”이라며 “사업부문이 다양해 역량이 분산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PBR을 살펴보면 대림산업은 0.67배에 그친다. 현대건설(0.78배), GS건설(0.73배), 대우건설(0.86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PBR은 1에 가까울수록 주가가 적정수준이고 이보다 낮으면 저평가됐다고 간주한다.


◆이해욱 회장 내년 임기 만료, 연임 여부 불확실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에 좀처럼 반응하지 않던 대림그룹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KCGI가 지난 9월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32.6%를 매입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로 유명한 KCGI가 대림산업의 비주력 계열사 정리는 물론,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해욱 회장 입장에서도 시장의 요청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내년 3월 대림산업의 사내이사직 두 번째 임기가 만료되지만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대림코퍼레이션이 보유한 대림산업 지분이 21.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국민연금 지분율은 12.7%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이사회 참석 실적이 저조한 오너의 사내 이사 선임에 대해선 꾸준히 반대표를 던져왔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자칫 지난 3월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례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3월말 기준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대림산업 지분율은 31.4%에 그쳤지만 이후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지난해 12월말 40%를 돌파한데 이어 올해 50.5%까지 늘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처럼 급증한 배경에는 모종의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회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오너 리스크가 감소하면서 대림산업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베팅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진 사태’ 당시 주가 폭등의 재미를 톡톡히 봤다.


재계 관계자는 “이해욱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KCGI의 등장과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 매입 등 불확실한 변수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이 회장 입장에서는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해 대림산업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배당을 통해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울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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