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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반도체, 14년 만에 빛을 보다
류세나 기자
2019.11.22 08:21:39
④ 호암 이병철의 마지막 꿈…창립기념일까지 바꾼 '효자'로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0일 14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출범 50돌을 맞았다. 1968년 일본산 수입 부품을 조립해 라디오와 TV를 만들던 회사는 반세기만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순탄치만은 않았다. 품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기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지난 50년간 최첨단 전자사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1등기업으로 달려온 삼성전자의 결정적 순간을 되짚어 봤다. 
호암 이병철.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내 나이 73세, 비록 인생의 만기이지만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 어렵더라도 전력투구해야 할 때가 왔다" (삼성 창업자 호암 이병철 자서전 '호암자전' 中)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은 1983년 3월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투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 돌아보면 세계 반도체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대형 사건이었다. 


일본, 미국 등 반도체 선발국들은 삼성의 결정을 비웃었다. 국내에서도 한국은 자본과 기술, 시장이 없다는 '3불가론'을 들며 무모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내부에서조차 말이 많았다.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 회사가 첨단기술에 뛰어드는 게 가당키나 하냐는 회의론이 주를 이뤘다.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의 실적(개별기준)이 지금처럼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니었다. 82년 연매출은 4264억원, 영업이익은 509억원, 당기순이익은 51억원이었다. 현금성자산은 196억원인 데 반해 부채총계는 3183억원에 달했고, 에비타 대비 총차입금 비율도 4.8배로 높은 수준이었다. 당시의 부채비율은 461.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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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병철 선대회장의 결단에 무릎을 탁 치게 되는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누적적자 2000억, 투자 페달 밟으라는 호암


삼성반도체 생산라인에서의 호암 이병철.

사실 호암은 도쿄 선언 이전부터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을 묵묵히 진행해나가고 있었다. 


1982년 7월부터 공장 부지를 물색했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고, 공기가 맑고 물이 많으면서도 고속도로에서 진입하기 쉬운, 평당 1만원 정도인 땅을 알아봤다. 그렇게 찾은 곳이 용인 기흥이었다. 


삼성은 도쿄선언 직후까지 기흥에 약 10만평의 땅을 매입했다. 그해 9월 기흥 1라인, 이듬해인 1984년 8월 2라인 착공에 들어갔다. 이 때 역시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개발 성과도 있었지만, 숱한 실패도 겪었다. 반도체사업부의 누적 적자로 그룹이 흔들릴 판이었다. 


삼성전자가 주력한 D램 소비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칩을 쉽사리 바꾸지 않았다. 괜히 원가를 절감하려다가 일이 터지면 오히려 비싼 제품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기술력도 선발업체들에 뒤쳐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1984년 중반부터 256K D램이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삼성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87년 중반에서야 256K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이 해당 제품을 내놓을 시점엔 이미 시장은 1M D램으로 넘어가 있었다. 시장에서 삼성이 완전히 낙오돼 회생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지던 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반도체 가격은 급락했고, 1986년에는 불황까지 닥쳤다. 1986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문의 누적적자는 2000억원에 달했다. 1974년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던 때부터 치면 12년 연속 적자를 내던 상황이다. 


그러나 호암의 반도체 사랑은 멈출 줄 몰랐다. 기흥공장을 방문할 때마나 3라인 착공을 지시했다. 1·2라인 투자비 회수는 꿈도 못 꾸던 상황에서 추가 투자를 하라는 것이었다. 내부에서 '이병철 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임원들은 3라인 투자 검토 보고서에 부정적인 의견만 잔뜩 써갔다. 파산 가능성까지 언급했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건설을 미뤘다고 한다. 


결국 참다 못 한 이병철 회장은 1987년 8월6일 "내일 착공해라. 직접 참석하겠다"고 통보했고, 그렇게 다음날 3라인 착공식이 진행됐다. 호암이 착공을 지시한지 6개월 만의 일이다. 


◆ 치밀한 정보 수집·연결이 만들어낸 결과


당시 삼성전자 임원들은 3라인 공장 착공을 늦춘 덕에 6개월 간의 이자라도 건졌다며 내심 기뻐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땅을 치며 후회했다고 한다. 


3라인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그해 말 기적처럼 미국의 PC시장이 살아나면서 반도체 경기도 함께 반등하기 시작했다. 약속이라도 한듯 PC 제조업체들이 1M D램 대신 256K D램을 주메모리로 선택했다. 


삼성엔 기사회생의 기회였다. 1M D램을 선택할 경우 그만큼 성능은 좋아지지만 가격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한동안 불황을 겪던 PC제조사들이 소극적 전략을 취한 덕이다. 당시 반도체업체들은 이미 256K D램 생산라인을 감산하고, 1M D램에 주력하고 있었다. 


이 덕에 재고를 걱정하던 삼성전자의 256K D램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1달러50센트에 거래되던 가격도 4~6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64K D램의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30센트 수준이었던 64K D램 가격도 2달러대로 올랐다. 1988년 삼성전자는 64K D램 약 5000만개, 256K D램 약 8000만개를 생산했는데, 재고는 전혀 남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들은 호암의 위험한 도전이 기적을 만들어 낸 건 그의 결정 이전에 신중하고 치밀한 정보의 수집, 또 이 같은 정보를 연결한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80년대 중반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한 덤핑 관련 제소, 그리고 미국의 대일본 통상압박 확대가 거세졌던 것에서 수를 읽었다. 더 이상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을 내다보고, 이를 대비했던 결정이었다. 


◆ 도쿄선언 5년 만에 반도체 흑자전환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1988년 크게 빛을 봤다. 애플과 직거래를 시작했고,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그동안 반도체에 들어간 누적적자를 모두 제하고도 흑자였다. 연매출도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1983년 호암이 도쿄 선언을 한 지 5년 만에, 한국반도체를 인수한지 14년 만에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전년대비 매출은 27.2% 늘은 3조283억원, 영업이익도 54.3% 확대된 1741억원으로 집계된다. 당기순이익(1018억원)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실적 확대와 함께 기흥 3라인 공장 준공작업이 진행되면서 그 시기 차입금 규모도 크게 늘었다. 85년 3871억원이던 총 차입금 규모는 86년 4025억원, 87년 4737억원 등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됐으며, 88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1조2219억원을 기록했다. 


에비타 대비 총차입금도 85년 2.8배, 86년 2.5배, 87년 2.6배, 88년 4.1배로 늘고, 부채비율 또한 85년 368.5%, 86년 378.4%, 87년 412.3%, 88년 406.7% 등의 추이를 보였다. 


아쉽게도 호암은 3라인 착공 후 3개월 만에 타계했다. 세간에선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중단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지만, 이 회장은 삼성반도체통신(옛 한국반도체)을 삼성전자로 흡수합병한 88년 11월1일을 회사 창립기념일로 바꿨다. 이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에 이어 이건희 회장 대에서도 반도체 사업이 삼성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하는 척도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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