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르엘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다른 건설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홍보활동을 벌였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호반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할 때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것과는 이질적인 모습이다. 

심지어 롯데건설은 르엘 브랜드 론칭과 관련한 별도의 보도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최근 르엘을 적용한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의 분양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가장 아래 부분에 간략하게만 다뤘을뿐이다.

롯데건설은 르엘의 적용 기준에 대한 명확한 내부 지침이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단지의 입지, 공사도급 규모, 분양가 등 단지별로 다방면으로 검토해 브랜드를 적용하기 때문에 르엘과 롯데캐슬을 설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며 “다만 전략적으로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르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롯데건설이 르엘 브랜드에 대한 세부적인 적용 기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미 수주한 아파트와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원들의 브랜드 변경 요구를 우려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GS건설의 경우 지난 2014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 본사 ‘그랑서울’에 처음으로 ‘그랑’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뒤 ‘서초그랑자이(서울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방배그랑자이(서울 방배동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 등 대규모 단지에 속속 적용했다”며 “이후 GS건설이 수주한 아파트 및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원들이 단지명을 ‘자이’가 아닌 ‘그랑자이’로 바꿔달라고 줄줄이 요구하면서 혼선을 빚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건설도 GS건설의 사례를 통해 기존 롯데캐슬 브랜드를 적용한 단지나 향후 시공사를 선정하는 조합원들이 전부 르엘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할 것을 우려한 것”이라며 “회사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갖고 있지만 공개하면 조합원들의 불만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밝히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건설사들 가운데 아파트 브랜드를 이원화하는 건설사로는 현대건설(힐스테이트‧디에이치), 대림산업(e편한세상‧아크로), 대우건설(푸르지오‧푸르지오써밋), 호반건설(베르디움‧호반써밋) 등이 있다.

이중 프리미엄 브랜드 설정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 곳은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호반건설은 롯데건설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KB부동산리브온 시세로 매매가 3.3㎡ 기준 4500만원 이상인 아파트에만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사용한다. 하위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는 300가구 이상이거나 공사 도급액 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아파트에 적용한다.

롯데건설이 최근 르엘을 적용한 2개 아파트의 특징을 분석해보면 르엘 브랜드 사용 기준은 ‘서울 강남지역, 분양가 3.3㎡ 기준 4000만원 후반’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반포우성(르엘 대치)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대치2지구(르엘 신반포 센트럴)에 르엘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르엘 대치와 르엘 신반포 센트럴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보증받은 분양가는 3.3㎡ 기준 각각 4750만원과 4891만원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다른 건설사들처럼 브랜드 이원화 전략을 통해 강남 정비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로 추가한 것“이라며 “르엘 브랜드는 이번에 분양한 르엘 대치, 르엘 신반포 센트럴을 비롯해 향후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사업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