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진단
실명계좌 발급요건·의무조항 명시될까
① 은행 재량권에 정부 개입 여지 '우려'....거래소 측 "자구책 마련할 것"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17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호화폐거래의 제도권 진입을 예고하는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의 연내 통과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향후 남은 절차와 주요 논의 내용을 점검하고, 특금법 적용 대상인 주요 암호화폐(가상자산) 사업자를 중심으로 법안에 대한 시장 반응과 준비 실태를 살펴봤다.


[팍스넷뉴스 조아라 기자] 국회 파행과 정무위원회 소집 불발로 표류하던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이 법안심사소위원회 첫 관문을 통과했다. 금융위원회가 독소조항으로 여겨지던 실명확인입출금 계정 서비스(이하 가상실명계좌)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에 대한 시장의 목소리를 법안에 반영하겠다고 하면서다. 업계는 일단 환영하지만 향후 시행령을 주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특금법을 전담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도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특금법 주요 적용 대상인 암호화폐 거래소(이하 거래소)들은 특금법 통과를 ‘장기적 호재’로 여기고 있다. 


글로벌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200여개의 거래소들이 대부분 정리될 것”이라며 “몇 천만원 수준의 비용으로 거래소를 만들어 ‘한탕’을 노리는 세력들이 발붙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비트 관계자도 “기존에 관련 제도와 정책이 전무했던 암호화폐 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 측은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과제가 일정 부분 시장으로 넘어왔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코빗 관계자는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면서 거래소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는 “공이 시장으로 넘어왔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좋은 룰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서로 양보하면서 파이를 건전하게 키우기 위해 업계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거래소들은 특금법 시행령 구체화를 위한 활동을 본격화 할 전망이다. 국내외 사례와 법제화 연구를 위한 인력과 자금 확보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금법 시행령에 명시될 가상실명계좌 발급 요건 내용과 의무 조항 명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시행령이 어떻게 요건을 완화하고 명시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업계의 의견에 힘을 싣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율권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과 비슷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금융분석원(FIU) 핵심 관계자는 “요건 충족 시 은행이 가상실명계좌를 의무 발급하도록 하는 것은 은행에게 지나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며 “은행권을 포함해 시장과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거쳐 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의 영업권을 존중하되 거래소와 거래를 원하는 은행의 경우, 요건을 충족하면 의무적으로 발급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는 정부가 가상실명계좌 발급에 개입할 것으로 짐작한다. 발급요건을 엄격히 해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거나, 설령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은행이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장치를 시행령에 마련 할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의무발급이라고 명시해도 정부 기조에 따라 얼마든지 발급 제한은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의 재량적 판단의 소지가 없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코인플러그 어준선 대표는 시행령 제정 과정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 대표는 “분명히 (의견 일치가)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법은 항상 디테일에서 실망을 준다. 문구 한자 한자에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도 가상실명계좌 발급의 ‘보이지 않는’ 임의 규제와 기준 제시를 위험 요소로 봤다. 최 자문위원은 “발급계좌 수와 기간을 제약할 경우 거래소의 이용자 규모도 자동으로 줄어든다”며 “은행의 의도에 따라 거래소 영업에 타격을 줄 수 있어 거래소는 절대적으로 을의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이 명목적으로 제일 꺼리고 있는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의무가 사실상 여전히 은행에 상존하게 되는 모습을 볼 때 은행이 적극적으로 가상실명계좌를 발급하게 해줄지도 미지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시장이 스스로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블록체인협회나 핀테크산업협회를 통해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협회가 조력자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 시장 플레이어로 활동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형 거래소는 협회를 중심으로 입장을 전달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특금법 통과 이후가 중요하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으며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협회 거래소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자구책 마련 의지를 밝혔다. 김 대표는 “거래소의 의견을 반영한 시행령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 담당자들과 꾸준히 논의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고객확인의무(KYC)와 자금세탁방지의무(AML) 관련 내용을 강화하는 자구안을 마련해 제도권에서의 건전한 생태계 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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