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결정적 순간
막오른 이재용의 ‘Next 삼성’
⑨ 그룹 '심장' 이건희 회장이 와병후 찾아온 변화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5일 15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출범 50돌을 맞았다. 1968년 일본산 수입 부품을 조립해 라디오와 TV를 만들던 회사는 반세기만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순탄치만은 않았다. 품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기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지난 50년간 최첨단 전자사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1등기업으로 달려온 삼성전자의 결정적 순간을 되짚어 봤다.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2014년 삼성그룹은 말 그대로 비상상황이었다. 2세 지분승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고속성장하던 스마트폰 사업마저 실적이 정체되면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닥뜨린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받아들였다. 이 때부터 이재용 부회장 주도의 지배구조 개편 발걸음은 빨라졌다.


◆숨가쁘게 진행된 지배구조 변화

2014년 5월10일 늦은 밤. 이건희 회장은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당시에는 이건희 회장의 병세가 호전됐으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알려졌지만,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이건희 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다. 


이건희 회장은 쓰러지기에 앞서 그룹 핵심 사업회사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2세에게 물려주는 작업을 끝내놓지 못했다. 이건희 회장 다음으로 그룹 경영을 맡을 후계자를 공식적으로 정한 것도 아니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후계구도 정점에 올라있기는 했지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입김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승계를 위한 몸 만드는 작업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2013년부터 삼성전자는 계열사 상장, 매각, 인수합병(M&A) 등 지배구조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초대형 발표를 숨가쁘게 이어갔다. 수많은 변화 가운데 삼성전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개편 작업은 ‘에버랜드’ 관련 건이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이후 제일모직으로 변경)→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형태였다. 최정점에 삼성에버랜드가 있으며, 이재용 부회장은 이 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당시 삼성에버랜드 사장(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역시 삼성에버랜드 8.37%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3남매는 에버랜드 회사 지분을 높이기 위해 2013년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양수해, 기업가치를 제고했다.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등 3남매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삼성SDS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병원으로 실려 간 이후 승계 작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후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정해졌고 이 때부터 이 부회장은 그룹의 모든 의사결정을 내렸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의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고 제일모직의 기업공개(IPO) 준비에 돌입했다. 또 삼성전자 지배구조 핵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작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 부회장은 지배구조상 핵심 역할을 하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으로 결정했다. 합병은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4%를 이재용 부회장 영향권 안으로 편입하게 하는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 또 지배구조를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하게 만드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주주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잡음이 일었다. 합병안 공개 후 삼성물산 주주, 금융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제일모직의 가치는 과하게 부풀려졌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과소평가됐다는 이유에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각각 1대 0.35였다. 합병비율이 발표된 이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어소시에이트(Elliott Associates, L.P, 이하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으며, 합병조건 역시 공정하지 않다며 삼성그룹에 ‘전쟁’을 선포하며 반기를 들었다. 이 같은 반대 목소리에도 합병안은 무사히 통과됐다. 삼성물산 주요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2015년 7월17일 삼성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 오너일가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갑작스럽게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갤럭시 정체 위기...반도체 '호황'으로 한숨 돌려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기 시작한 2014년부터 사업 실적에서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 동안 스마트폰 '갤럭시' 브랜드의 성공은 삼성전자에 호황기를 가져다줬다. 스마트폰 시장의 개화와 맞물려 갤럭시가 글로벌 기업 애플의 아이폰을 잇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결과였다. 글로벌 시장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갤럭시의 성공신화는 2013년 3분기까지였다. 보급률이 일정 선을 넘으면서 스마트폰 판매 흐름이 정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끝을 모르고 성장하던 스마트폰 사업은 2013년 말부터 이상신호를 보내게 된다. 이 때부터 갤럭시 사업을 뛰어넘을 '넥스트(Next) 갤럭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의 성공으로 2013년 1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2년 실적보다 91% 개선된 실적이었다. 문제는 2013년 실적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3분기를 기점으로 하향세를 탔다는 점이다. 2013년 4분기 모바일부문(IM) 영업이익이 2013년 3분기 대비 18.4% 감소한 5조47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실적 부진은 모바일 사업(IM)뿐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DP) 등 부품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회사 내부에 여러 악재가 겹쳤던 2014년 역시 갤럭시 판매 정체로 실적 내리막길이 본격화됐다. 2013년보다 매출액은 13% 감소한 138조원, 영업이익은 36% 줄어든 14조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미래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왔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사업재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천만다행일까. 스마트폰이 주춤하던 시점, 메모리 반도체의 실적이 호황 사이클을 만나 급격히 성장했다. 서버향 DDR4를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이 증가하면서 반도체 부문이 수익성을 급속도로 개선해나갔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012년 4조1740억원에서 2013년 6조888억원으로, 2014년 8조842억원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이보다 더 성장한 12조79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도체 라인 건설 부지(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사업은 불안정한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부의 실적을 만회하는 것을 넘어 성장을 견인하는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 했던 것처럼, 2015년 이재용 부회장은 예정했던 시점보다 1년 빨리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했다. 가동 시점을 2018년에서 2017년으로 앞당기겠다는 구상이었다. 평택고덕산업단지에 총 85.5만평(238만㎡)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라인 설립을 추진했으며,  이 중 23.8만평(79만㎡)을 먼저 활용해 인프라 시설과 첨단 반도체 라인 1기를 건설했다. 1단계 투자 규모만 15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삼성페이의 기술력을 확보한 것도 이 시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미국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인수하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를 만들었다. 루프페이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만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마그네틱 전송 방식으로 별도의 카드리더기 없이도 결제 및 정산 시스템에서 정상적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기술이다. 갤럭시 S6부터 플렉서블 OLED와 동시에 삼성페이 기술이 적용되면서 경쟁업체 제품과의 차별성을 확고히 다졌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차 낮아졌던 갤럭시' 브랜드는 삼성페이를 비롯한 갤럭시S6, 갤럭시 노트 5 출시를 기점으로 점유율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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