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세진 기자] 정유경(사진)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인수합병(M&A) 1호 까사미아가 기대와 달리 ‘아픈손가락’이 되고 있다. 신세계 계열사와의 시너지는 고사하고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 사장이 까사미아의 대표이사 교체 등 초강수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 및 신규출점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 개선이 요원해지고 있단 점이다.

까사미아는 지난해 3월 정유경 사장이 가구 중심의 홈퍼니싱 시장 진입을 위해 야심차게 인수한 계열사다. 당시 시장에선 까사미아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다. 매니아 층이 있을 만큼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이니 만큼 신세계그룹의 투자와 유통 네트워크가 결합되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까사미아는 신세계그룹 편입 직후부터 줄곧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작년 5월 라돈 침대 사태가 터지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작년 3분기부터 줄곧 영업적자를 내고 있어서다. 문제는 정 사장이 까사미아의 대표이사 및 임원진을 교체하는 극약처방을 했음에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단 점이다. 실제로 작년 그룹 전략실 임병선 부사장을 까사미아 대표이사로 선임한데 이어 디자인과 기획전문가들도 전면에 배치했음에도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2억원 증가한 52억원을 기록 중이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이번 분기에만 신규 점포가 14곳 늘고 부실점포 2곳을 폐점하는 등 공격적인 출점에 대한 관련 비용 때문에 손실이 발생했다”며 “현재 시스템 개편, 인재 영입, 상품 경쟁력 강화 유통망 확대 등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중으로 내년에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까사미아 인수 당시 5년 내 160개 점포, 45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또 인수 1주년이었던 지난 3월에는 연말까지 20개 매장을 추가 출점해 100호점까지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겠단 복안인 셈이다.

다만 업계는 까사미아가 목표를 단기에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테리어 및 홈퍼니싱 업계 전반이 침체돼 있는 데다 경쟁사 대비 브랜드 인지도나 인프라도 열세라 시장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을 까닭이다. 일례로 국내를 대표하는 인테리어 기업인 한샘과 현대리바트 역시 비우호적 시장 환경에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선두인 한샘의 경우 올 3분기 매출액은 41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줄고,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같은 기간 30.3% 감소했다. 현대리바트 역시 2990억원의 매출과 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각각 11.6%, 45.2% 쪼그라들었다.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까사미아의 매출액은 300억원 남짓인 데다 18개월 간 매장도 12개(72개→84개) 늘리는데 그친 만큼 단기간에 선두권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샘이나 현대리바트와 비교해 까사미아의 매장수가 적은 만큼 구조적인 열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정유경 사장은 2028년까지 까사미아를 매출 1조원대의 메가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달성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