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세아그룹이 2020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 폭을 최소화했다. 경영실적 악화에 따른 성과인사를 배제하고, 전세계 철강산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세아그룹은 2020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총 8명의 임원이 승진했다고 29일 밝혔다. 최근 4년간 꾸준히 20명 이상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던 것을 고려하면 규모가 절반 이하로 대폭 축소됐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부사장급 이상의 고위임원 승진도 전무했다.

세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전반적인 그룹 실적 저하에 따른 성과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조직운영을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세아그룹 주력 계열사인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은 올해 동반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3분기에는 세아제강 영업이익이 전분기대비 50.9% 크게 줄었고, 세아베스틸은 영업적자까지 기록하는 등 극심한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올해 철강업계는 글로벌 공급과잉, 보호무역주의 확산, 수요산업의 침체와 경쟁가속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당사 또한 기대에 절대적으로 못 미치는 정성적∙정량적 성과를 기록했다”며, “실적과 임원 승진 규모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나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인사에서는 세아홀딩스 계열 임원 승진자가 단 1명이 불과했다. 승진한 임원 8명 가운데 길웅 세아에삽 이사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세아제강지주 계열사 임원들이다. 이는 실적 부진 여파도 있었으나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등 세아홀딩스 계열 승진자가 다수를 차지한 부분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매년 회사별 조직과 인사 등의 상황이 다르기에 승진임원의 회사별 비율은 해마다 각양각색이다. 특히 지난해 그룹 인사에서 총 21명의 승진임원 가운데 세아홀딩스 계열이 17명을 차지해 비율이 높았던 부분이 올해 인사에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전무로 새롭게 승진한 조진호 세아스틸비나(SSV) 법인장, 김동규 세아씨엠 대표이사에 힘을 실어준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조진호 법인장은 지난 20여년간 세아제강 스테인리스사업부, 실수요팀, 구매와 강관영업을 거친 뒤 2017년부터 세아제강지주 베트남생산법인인 세아스틸비나(SSV) 법인장으로서 근무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최근 베트남 강관 내수시장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월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연짝 산업단지내에 제2공장 증설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조 법인장은 주축 역할을 해왔고, 세아그룹의 글로벌 진출사업에서 베트남이 교두보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번 인사평가에서 높게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 다른 전무로 승진한 김동규 세아씨엠 대표이사는 세아제강 해외영업담당 임원과 세아재팬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해외영업분야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2017년 7월 세아제강 판재사업부문이 세아씨엠으로 독립되면서 판재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됐다. 김 대표는 어려운 판재시장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영업력 강화 등으로 세아씨엠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부분이 크게 평가된 것으로 파악된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현명하게 위기를 타계하고 미래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