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주관해온 NH투자증권이 상장을 위한 관련 요건의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적자를 기록중인 패스트파이브는 코스피 상장을 위해 이전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적자기업 상장' 제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관련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 만큼 관계 당국에 일부 규정수준을 낮춰줄 것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한국거래소 등에 코스피 상장 요건 중 ‘적자기업 상장요건’의 일부를 완화해달라는 건의를 전달했다. 지난 8월 상장 주관계약을 체결한 패스트파이브의 상장성공을 위한 사전 조치다 

거래소는 지난 2015년 11월 상장 규정 개정을 통해 적자기업이라도 ‘시가총액 6000억원, 자본 2000억원이상’일 경우 코스피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당시 이 규정에 힘입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

토종 공유오피스 업체로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에서 글로벌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중인 패스트파이브는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쯤 상장을 검토해 왔다. 유통시장 진출을 통해 사세 확장을 위한 자금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공유경제업체 중 최초 상장사라는 타이틀 확보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에 발목이 잡혀왔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매출이 210억원으로 전년보다 183% 가량 늘었지만 1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이때문에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코스닥내 상장요건중 테슬라 요건 상장을 검토했다. 이익 미실현 기업임에도 시가총액과 일정 매출 수준과 증가율을 보인 기업에 한해 조건부 상장을 허용하는 테슬라가 적자기업인 패스트파이브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NH투자증권과 패스트파이브는 자금조달과 기업가치 평가면에서 코스닥보다 코스피 시장이 유리하다는 판단아래 계획을 수정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의 경우 기술특례상장을 제외하고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상장이 페지되지만 코스피는 단순 적자를 이유로 상장이 폐지되지 않는다. 결국 공유경제 특성상 수년간 적자가 불가피한 패스트파이브 입장에서는 코스피 상장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 패스트파이브의 실적으로는 코스피 적자기업 상장 요건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패스트파이브는 최근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로 2700억원가량을 평가받았다. 적자기업 상장제도를 적용받기 위한 시가총액(6000억원)과 자본(2000억원이상)의 규정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의 나스닥 상장 무산의 여파로 위워크와 유사한 패스트파이브 국내 증시 상장 추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위워크는 올해 8월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열악한 수익구조와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문제로 제기되며 결국 상장에 실패했다. 

NH투자증권은 패스트파이브의 상장 시점을 내년으로 정하고 다양한 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은 “위워크는 방만경영, 모럴헤저드 때문에 상장이 무산됐지만 패스트파이브는 비교적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경제는 성격상 모험자본에 해당하고 모험자본은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상장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