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VC
"해외투자, 국내 자본·해외 기술의 매개"
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 "코리안 머니 브랜드 가치도 드높여"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6일 14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민지, 권일운 기자] 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사진)의 사무실에는 세 개의 시계가 놓여 있다. 하나는 한국, 나머지 두 개는 각각 미국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해외 투자의 거점인 이들 도시와 실시간으로 호흡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주IB투자는 2013년 미국 보스턴에 현지사무소를 설립, 해외 투자의 첫발을 내딛었다. 보스턴 사무소는 올 7월 솔라스타벤처스(Solasta Ventures)라는 이름의 법인으로 거듭났다. 샌프란시스코 지점은 솔라스타벤처스의 실리콘밸리 지역 투자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아주IB투자가 해외 투자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부터였다.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어디로 진출하는가’였다. 이미 대다수 국내 벤처캐피탈들이 중국을 타깃으로 설정, 현지 거점을 설립해 놓은 시기였다. 하지만 김지원 대표는 ‘과연 중국이 옳은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가졌다. 이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한풀 꺾였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포착되기 시작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내린 결론은 "지금이라도 가자"가 아닌 "늦었으면 가지 않는게 옳다"였다.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미국이었다. 미국은 가장 투명하고 안전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제대로만 뿌리를 내린다면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너서클'에 합류해야 성공한다


미국은 절대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김지원 대표 스스로도 "한국인이 가서는 절대 투자할 수 없는 곳"이라고 단언할 정도였다. 그래서 아주IB투자가 수립한 전략은 ▲현지 투자자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보스턴의 벤처투자 시장은 사실상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아주IB투자는 하버드 암센터의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던 윌리엄 한(William C. Hahn) 박사를 전격 영입했다. 기술 검증 부문을 이끌게 된 윌리엄 한 박사 덕분에 다수의 하버드대 출신 심사역들이 속속 아주IB투자에 합류하게 됐다. 심사역들의 진용이 어느정도 구축된 뒤부터는 현지 벤처캐피탈과 소통이 가능해졌고, 이제는 오비메드와 같은 최정상급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과 협업하는 단계에 이르게 됐다.


이른바 '이너서클(Inner Circle)'에 합류한 뒤부터는 속속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주IB투자는 2013년 이후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미국을 필두로 한 해외 기업에 투자해 놓은 상태다. 투자 기업 가운데 12곳은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랩트(RAPT Therapeutics), 아펠리스(Apellis Pharmaceuticals), 모레큘러템플릿(Molecular Templates)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일부 투자 자산은 시가가 투자 원금의 7~8배에 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해외투자, 국내 자본·해외 기술 협업 매개 되기도


일각에서는 벤처캐피탈의 해외 투자를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벤처펀드 출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정책자금으로 구성돼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김지원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해외 기업이 한국 기업에 재차 투자를 단행하거나, 한국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사들이는 등의 협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대표가 그린 청사진은 투자자 차원에서 제시할 수 있는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제약사인 한미약품이 아주IB투자의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인 랩트와 함께 면역항암제를 개발키로 하면서 현실이 됐다.


김 대표는 "랩트의 면역항암제 기술을 한미약품이 700억원에 사들여 공동으로 상용화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양사가 해당 제품의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국내 자본이 미국으로 수출돼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코리안 머니' 브랜드 가치 제고 역할도


김지원 대표의 집무실에 놓인 시계

아주IB투자는 올 하반기부터는 해외 투자 영역을 바이오에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빅 데이터, 5G등 4차 사업 쪽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설립한 것도 4차 산업이 가장 활황을 나타내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트렌드를 누구보다 빨리 읽어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샌프란시스코 지점은 UC버클리대 출신의 마이클 전(Michael Jeon) 지점장이 이끈다. 마이클 전 지점장 역시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에 오랫동안 종사해 왔고, 스탠포드대와 함께 생태계를 이끄는 양대 축인 UC버클리대 출신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 받아 솔라스타벤처스에 합류하게 됐다. 마이클 전 지점장의 역량 덕분에 아주IB투자는 샌프란시스코 지점을 설립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텔 산하에서 전략적 투자를 담당하는 조직(CVC)인 인텔캐피탈과 함께 5G 통신장비 기업인 티빗(Tibit Communications) 투자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벤처캐피탈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거 진출하게 될 경우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 구도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김지원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 벤처캐피탈들의 해외 진출은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탈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져 '코리안 머니'라는 브랜드가 현지 기업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환경이 도래한다면 훨씬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당장 아주IB투자가 주력하고 있는 미국만 하더라도 한국 자본에 대한 생경함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벤처캐피탈들의 활동이 활발해진다면 현지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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