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첫해부터 '감축카드' 꺼낸 조원태
‘강제성無’ 밝혔지만 이례적 내부 평가…근속연수·급여규모 확대에 제동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비용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절감방안을 검토해 연말 안에 긴축경영에 돌입할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구조조정 첫 카드는 인력구조조정이었다. 조 회장은 지난달 말 비용절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빠르게 조직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그룹 회장직에 오른 뒤 단행한 첫 임원인사에서 사장 이하 임원직위체계를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축소한 데 이어 2013년(약 110명 규모)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카드를 꺼내들었다. 올해 초 부친인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이후 그룹 수장에 오른 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줄곧 직원 근무환경개선에 주력하는 등 스킨십행보에 나섰던 것과 배치(背馳)되는 모습이다. 


그는 운항승무원들의 불만이 높았지만 진척이 더뎠던 브리핑센터 신축도 빠르게 마무리 지었다. ▲복장 자율화 ▲‘점심시간 자율 선택제’ ▲정시퇴근 문화 구축 ▲직원 대상 최신형 의자 교체 등 직원의 편의와 복지향상, 쾌적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크고 작은 시도에 나섰다. 이러한 조 회장의 행보를 두고 반감이 컸던 조종사노조 일각에서도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모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6년 만에 시행되는 희망퇴직(23일까지 접수)대상은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운항승무원·기술·연구직·해외근무직원 등 일부 직종 제외)이다. 보상조건은 ▲법정 퇴직금 ▲최대 24개월분의 월급여 추가 지급 ▲퇴직 후 최대 4년간 자녀의 고교·대학교 학자금 등 복리후생 지원이다. 대한항공은 “60세 정년에 앞서 새로운 인생설계를 준비하는 직원에게 보다 나은 조건으로 퇴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강제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그룹차원에서 임원수 20% 감축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를 단순히 자율적 시행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2013년(만 40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과 비교해 연령대와 근속연수가 낮아지면서 직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생각보다 큰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경우 희망퇴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며 “특히 객실승무원의 경우 임신, 출산 등으로 '교체'가 잦아 알아서 규모가 맞춰지는데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굳이 희망퇴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고 말했다. 이 시점 이후로 대한항공은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어 “조원태 회장이 그룹을 이끌자마자 바로 희망퇴직에 나서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내부평가와 달리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당장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국제선 노선 가운데 70%에서 퍼스트클래스(일등석)를 없애는 한편 국내선 운임도 평균 7% 인상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업황침체 속에 효과는 미미하다. 


3남매(조현아·현민) 간 그룹경영을 놓고 아직 화합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사업의 매각 등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부담이 있다. 일례로 호텔사업의 경우 적자가 거듭되고 있지만 해당 사업부문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력했던 부문이라 섣불리 조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조 회장이 "(3남매간)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점 역시 이러한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조 회장은 결국 주요 고정비 가운데 비중이 큰 인건비를 줄이는 것을 첫 목표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영업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연료유류비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전체 영업비용의 확대에 미치는 영향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영업비용은 3조1651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69억원) 대비 4.9% 증가했는데 인건비 상승의 영향이 컸다. 급유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하며 영업비용 중 가장 비중이 큰 연료비 부담은 8358억원으로 전년 동기(8793억원) 대비 4.9% 줄었지만, 직원이 4% 늘어난 가운데 임금협상 소급분 지급 등의 영향으로 인건비가 436억원 늘어나면서 연료비 외 부문의 비용은 9.0% 증가했다.  


주요 비용의 성격을 보더라도 선택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정비 가운데 연료유류비는 유동적이고, 정비비의 경우 최근 안전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를 줄일 경우 향후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의 최근 3년간(2016~2108년) 연간급여총액(평균)은 약 1조3000억원이다. 2016년 1조2000억원, 2017년 1조3000억원, 2018년 1조5000억원으로 점증했다. 이는 직원수 증가에도 기초한다. 대한항공의 직원수는 2016년 1만8620명(정규직 1만6963명·기간제근로자 1657명), 2017년 1만8330명(1만7192명·1138명), 2018년 1만8770명(1만7489명·1281명)으로 증가했다. 근속연수도 14.9년에서 15.8년으로 1년 가까이 늘었다. 


고정비 가운데 비중이 큰 인건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회사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6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뒤 2017년 9300억원, 2018년 6400억원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연초 대한항공은 올해 연간 매출액 13조2300억원,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는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16%, 영업이익은 32.4%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목표치의 10분의1인 130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부채규모는 약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3조원 확대됐고, 순차입금은 14조원에서 16조원으로 증가했다. 총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5000억원으로 1년 전(1조7000억원) 대비 2000억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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