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쎈돌' 이세돌 9단이 토종 바둑 AI 한돌과의 1국 대결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한돌에게 더 많은 트레이닝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이 9단은 18일 양재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1차 대국후 가진 인터뷰에서 "2점을 깐 상태에서 치른 핸디캡 경기였지만 결과적으론 조금 허무한 경기였다"며 "시간이 부족하긴 하겠지만 한돌이 2~3국 경기를 위해선 준비를 좀 더 해야할 듯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알파고 승리 때와 마찬가지로 78수가 성패를 갈랐는데, 당시 놨던 수가 상식적으로 두면 안되는 수였다면 이번엔 너무 당연한 수였다"면서 "프로라면 누구나 (78수에서) 나와 같은 수를 뒀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실 이날 한돌과의 경기는 바둑계에서조차 한돌의 승리를 점쳤다. 이 9단의 실력이 우세하긴 하지만 한돌의 전적 등을 봤을 때 인간이 AI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였다. 

실제 이 9단은 경기 초반 한돌AI에 맞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돌이 여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면서 이 9단은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나온 바둑 관계자들 역시 이 9단이 수세에 몰려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결국 이 9단은 한돌의 포위망을 뚫어냈고, 82수에서 백돌 3개를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했다. 한돌은 92수에서 불계패를 선언했다. 

한돌 개발자인 이창률 NHN 팀장은 "한돌의 패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두 달간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한돌에게 2점 접바둑을 학습시켰는데, 테스트 때와 오늘의 결과는 매우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머신러닝이라는 게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하는데, 트레이닝 기간이 짧았던 게 패인이 된 것 같다"면서 "78수 전까지 한돌의 승률이 매우 높게 유지되다가 반전됐다. 2~3국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세돌 9단은 한돌을 만나 흑을 잡고 2점을 놓는 접바둑을 뒀다. 대신 한돌은 덤 7집 반을 받았다. 이세돌이 1국을 잡았기 때문에 2국에서는 서로 동등(호선)한 상황에서 대결을 펼치게 된다. 

2국에서도 이 9단이 승리할 경우, 3국에서는 한돌이 흑을 잡고 2점을 먼저 깔고 시작하게 되고 2국에서 이 9단이 질 경우엔 1국과 같은 방식으로 치러지게 된다. 

한편 2국은 오는 19일, 3국은 같은 달 21일 이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