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업 3기 시대 개막
증권사 주도…이종산업과 융합 본격화
④ 공공성 강화에 초점…지역주택조합‧수익형 호텔은 자제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7일 16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올해 부동산 신탁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증권사가 주축을 이룬 신규 신탁사 3곳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신탁업 3기 시대를 열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해 신탁업 예비인가에 12개 업체가 접수할 당시만 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공격적인 영업으로 정평이 나있는 증권사를 신탁시장의 새로운 플레이어(player)로 영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11개 신탁사가 과점 형태를 이루고 있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허물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수익성 강화에만 몰두해온 부동산 신탁사들의 영업 행태에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팍스넷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신영부동산신탁 대표들도 3기 시대에는 새로운 상품과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 공기업 주도한 1기 시대


신탁업 1기 시대는 부동산 신탁업이 태동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다. 1991년 3월 성업공사(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감정원이 각각 대한부동산신탁과 한국부동산신탁을 설립했다. 이후 1996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한국토지신탁, 같은 해 12월 주택은행이 주은부동산신탁을 설립하면서 신탁시장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1기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기업이 주도를 하면서 공공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탁업 인가를 통해 최우선적으로 추구한 목표는 토지공개념”이라며 “토지공개념을 통해 유휴부지의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되 이용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토지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토지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1992년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를 인가한데 이어, 1993년 담보신탁, 1994년 국유지 신탁 업무도 추가해줬다. 당시 신탁사는 부동산 개발업자 역할이 강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집행을 보조하는 기능도 맡았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는 부동산 개발금융의 태동기로 시행과 시공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절”이라며 “차입형 토지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 2기 시대, 민간기업 가세…책임준공신탁 등장


공기업이 주도한 1기와 달리 2기 시대의 특징은 민간기업이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IMF 외환위기로 한국부동산신탁이 부도를 맞고, 대한부동산신탁이 매각되는 등 시장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분 직후였다. 


2004년 다올부동산신탁이 신탁업 인가를 받은데 이어, 생보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국제자산신탁, 아시아신탁, 무궁화신탁이 새롭게 명함을 내밀었다. 이들 신탁사는 최대주주가 개인 혹은 민간기업인 곳이다.


부동산 시장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시행과 시공이 분리되면서 부동산 PF 시장이 태동했다. 2010년 이후에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시공사 신용공여 사업도 감소했다. 


신탁사의 기능도 달라졌다. 사업 참여자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신탁을 활용해 시행사(차주)와 사업을 분리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신탁상품도 관리형 토지신탁, 실물형 리츠(REITs), 분양관리신탁, 자금관리대리사무 등으로 다양해졌다.




1997년 IMF 위기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10여년간 정체됐던 신탁시장도 2014년부터 빠르게 규모를 불려나갔다. 2015년 주택착공 규모가 72만호를 기록하는 등 크게 늘어난데다가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차입형 토지신탁 시장은 2014년 2044억원에서 2017년 5868억원으로 늘어나며 신탁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등극했다. 2017년에는수주 기준 1조1475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18년부터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나오면서 시장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신탁사들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발굴해 연착륙을 이끌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시장은 2015년 1102억원에서 지난해 3279억원으로 3배 성장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신탁업 2기 시대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3기 시대, ICT와 결합…리츠‧부동산펀드 접목


올해 3월 한국투자부동산신탁과 신영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이 신탁업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3기 시대를 개막했다. 모두 증권사를 모회사로 둔 신탁사들이다. 신탁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현재의 신탁사 체제를 허물고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2기 시대에 민간기업과 개인을 신탁시장에 진입시킨 것은 건전한 경쟁을 통해 신탁시장의 질적 향상을 이끌기 위해서였다”며 “하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신규 신탁사들은 기존 신탁사들과 가격 출혈 경쟁만 벌였고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선도하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신탁사들이 직원들보다 오너 개인의 이익 극대화에만 주력한 것도 금융당국의 실망을 산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신탁업 3기 시대는 이 같은 2기 시대의 시행착오를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우선 일반 고객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익형 호텔과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되도록 자제해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순문 신영부동산신탁 대표는 “신탁사가 위험을 떠안지 않고 고객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지역주택개발사업과 수익형 호텔 사업에는 되도록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의 수익에 급급하기보단 거래 상대방과의 신뢰를 구축하는데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시대에는 차입형 토지신탁의 약점을 보완한 새로운 상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철종 대신자산신탁 대표는 “부동산펀드와 리츠를 조성해 토지를 사들이고 개발하되, 신탁사의 역할은 책임준공신탁과 관리형 신탁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차입형 토지신탁에 비해 수익률은 적지만 리스크를 골고루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탁업에 최첨단 ICT를 접목시키는 시도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국형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대표는 “우리 회사의 주주는 카카오페이, 미디어윌(다방), 피노텍 등 국내 ICT 기업의 선두주자로 개인 소비자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같은 ICT 플랫폼과 기술을 활용해 기존 부동산신탁사들과는 차별화한 창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탁업의 범위를 기업에서 개인으로 확대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박순문 대표는 “자산관리서비스에 역점을 두기 위해 인력 11명을 배치했다”며 “부동산을 개발·관리·처분하는 가치사슬(벨류체인) 구축과 이를 통한 가치 증대 솔루션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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