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라임자산운용이 미국 헤지펀드 투자사기에 휘말리면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원금이 날아갈 위기에 놓였다. 특히 해당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 조작에 연루됐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여러 문제점이 불거진 이후에도 펀드판매를 지속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미국 펀드업체 글로벌 무역금융전문 투자회사 ‘IIG’의 사기행각이 드러나면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원금을 전부 날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개인고객 투자금 2436억원, 신한금융투자에서 받은 대출금 3500억여원 등을 합친 6000억원 가량으로 무역금융펀드를 설정, 운용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이 중 2400억원을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했는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IIG의 등록을 취소하고 관련 펀드 자산을 동결하는 긴급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러한 조치에 나선 이유는 IIG가 지난해말 투자자산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됐는데도 이를 속인 채 '가짜 대출 채권'을 판매하고 기존 투자자에게 환급해야 할 투자금을 다른 투자자 자금으로 대체하는 ‘폰지 사기’를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는 손실이 나면 일반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손실을 떠안도록 설계됐다. 이 때문에 IIG 사태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손실이 발생하면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이 IIG 헤지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펀드 수익률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수익률 조작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과 뜻을 같이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조사를 확대키로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고 있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는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대출, 증권 대여, 자문, 리서치 등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를 제공하며 펀드 운용관련 대출을 진행해 왔다. 

신한금융투자는 2017년부터 출시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직접 설계했다는 ‘OEM펀드’ 의혹도 받고 있다. OEM펀드는 운용 권한이 없는 판매사가 자산운용사에 펀드상품의 설계와 운용을 지시하는 것으로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는 “신한금융투자 PBS담당부서에서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지시받고 주문처리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이 가시화된 이후에도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10월부터 무역금융펀드 ‘플루토 TF1호’와 ‘플루토 FI’의 환매를 중지했다. 하지만 환매중지 발표 한 달 전인 9월까지도 신한금융투자 고객들의 투자자금은 무역금융펀드에 재투자됐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스왑계약에 따라 라임자산운용이 신한금융투자 총수익스와프(TRS)계좌를 이용해 실행한 것으로 신한금융투자는 진상을 알 수 없었다”며 “IIG 펀드 폰지 사기건으로 자사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