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KCGI, 총수일가와 연대 가능할까
‘갑질·후진적 지배구조’ 비판 취지 퇴색…최악 아닌 차악이라도 명분無
이 기사는 2019년 12월 30일 16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한진칼의 2대주주인 강성부 펀드 KCGI와 총수일가가 연대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내년 3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총수일가 내부적으로 그룹경영을 놓고 상호간 관계가 급격히 틀어진 가운데 지분율이 대동소이한 총수일가 개개인이 KCGI와의 연대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KCGI는 줄곧 총수일가의 각종 '갑질논란' 문제와 후진적 지배구조를 비판해왔다. 총수일가 개개인과도 부딪히는 면이 많다. 조원태 회장과는 회장 선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는 호텔사업의 정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높이가 다르다. 총수일가간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이에 따른 주가상승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KCGI는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매입에 나선 이래 적극적 경영참여 의사를 밝히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당초 KCGI는 지난해 7월 '기업 승계와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내걸고 설립된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KCGI는 첫 대상으로 한진그룹을 겨냥한 이유에 대해 “한진그룹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글로벌 항공·물류 전문그룹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횡령·배임 등으로 대표되는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합리성을 상실한 계열회사 지원에 따른 과도한 부채비율, 불필요한 유휴자산의 보유와 방만한 경영으로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며 “(당사가)주요주주로 참여해 감시와 견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하면서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 증대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KCGI는 ▲지배구조 개선과 책임경영체제 확립방안 ▲기업가치 제고방안 ▲고객 만족도 개선과 사회적 신뢰 제고방안이 담긴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제시, '차익실현이 목적일 것'이라는 의구심 가득한 외부의 시선을 돌려왔다. 올해 초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6개월 주식 보유기간 미경과로 주주제안이 좌절될 당시 KCGI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한진그룹 지배구조개선이라는 염원을 갖고 지금까지 왔으나, 거대 재벌의 힘 앞에서 주주제안조차도 할 수 없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며 나머지 주주들을 향해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힘써달라”는 입장을 밝히며 고강도 비판을 유지해왔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퇴직금 지급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와 조원태 회장의 선임 등에 대한 소송도 불사하는 등 강경한 입장도 고수해왔다. 지난 9월에는 한진칼의 조원태, 석태수 대표이사와 전·현직 사외이사 3명을 상대로 지난해말 독립적인 감사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조달해 한진칼에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자료=KCGI)


시기적으로도 좋지 못하다. 한진그룹은 내년 3월 주총을 앞두고 있다. 특히나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안건이 달려있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지 1년여만에 단일 최대주주(지분율 17.29%)의 자리에 오른 상태다. 총수일가 개개인과 비교해 지분율이 3배 가량 많다. 총수일가가 델타항공 등 우호세력과 연대를 꾸리더라도 KCGI 그리고 이들과 입장을 같이 할 세력들의 영향력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KCGI가 총수일가와 손을 잡는 모습은 명분을 넘어 지지도 받을 수 없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갑질 폭행'과 '물컵 갑질' 등 각종 논란 이후 버젓이 그룹 경영일선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그룹 경영환경의 개선보다는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균열된 모습을 보이는 데 그룹 내부적으로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연대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그가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한진그룹의 이미지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아직도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 강한 상황인데,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연대를 꾸릴 경우 이는 자칫 조 전 부사장을 복귀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KCGI가 호텔부분의 정리를 주장했던 점도 조 전 부사장과 연대를 꾸릴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KCGI는 한진그룹의 호텔사업부문의 투자당위성 재검토와 사업 확대를 지양할 것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KCGI는 "무리한 비주력 사업확장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한진그룹의 부채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 상황으로 몰아갈 염려가 있다"며 "외부투자유치 등을 통해 과거 수년간 방치되었던 호텔·레저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다시 이뤄질 경우 그룹 전체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일례로 약 1조원 가량을 쏟았지만 적자의 늪에 빠져있는 LA 윌셔그랜드(Wilshire Grand) 호텔 투자를 거론하기도 했다. 


호텔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부문이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한 조 전 부사장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기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대한항공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등 호텔(관광)사업을 담당했다. 남다른 사업수완도 드러냈다. 조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역임하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칼호텔네트워크의 매출은 463억원에서 855억원으로 400억원 가까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9억원에서 87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2억원에서 53억원으로 늘었다. 비록 조현민 전무의 '물컵갑질'로 무산됐지만 지난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자숙의 시간을 거쳐 복귀에 나섰던 곳도 칼호텔네트워크였다. 


KCGI와의 지분경쟁 과정 속에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했다는 점에서 총수일가 입장에서도 '공동의 적'인 KCGI와 손을 잡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총수일가 내부적으로 KCGI는 각자의 입장을 더 반영시키기 위한 협상카드의 일환에 그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지난 4월초 미국 LA 현지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한 조양호 전 회장은 KCGI의 경영권 위협과 함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좌절이 연거푸 발생하며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건강이 더욱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총수일가가 지금과 같은 분열된 모습만 계속 보이더라도 나쁠 게 없다. 실적개선을 포함해 뚜렷한 성과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그룹 경영 주도권을 놓고 내분이 발생하는 모습은 KCGI가 줄곧 목소리를 높였던 '대주주 일가로부터 촉발된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의 개편'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주가상승에 따른 실익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KCGI가 1주당 2만원 중후반대에 지분을 매입한 한진칼의 주가는 현재 4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KCGI를 이끌고 있는 강성부 대표는 한진칼 지분 매입을 시작으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차익실현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피력했던 상황이다. 앞서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 LK투자파트너스 대표 시절 현대시멘트를 인수한 것처럼 PEF 특성상 바이아웃 투자가 본업"이라고 말했었다. 바이아웃투자는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얻고 지분을 매각하는 투자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투자자들이 기업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부분은 해당 기업이 드러나 있는 문제점들이나 이슈를 해결했을 때 기업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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