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연기했다. SPA 체결을 서두르기보다 실사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본 뒤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30일 이스타항공의 SPA 계약을 31일에서 내년 1월 중 체결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지난 18일 이스타항공 SPA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695억원에 인수키로 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연내 실사 등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내년 1월까지 실사를 진행한 뒤 SPA가 체결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의 대주주는 이스타홀딩스로 이 회사 지분 39.6%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에이프로젠케이아이씨가 각각 3.4%와 2.7%를 투자하고 있고, 군산시청도 지분 2.1%를 보유중이다.
이번 협약은 제주항공이 제안하고 이스타항공이 수용하면서 협상이 시작됐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모델의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안전운항체계 확립과 고객만족도 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빠른 SPA 체결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기존 계획처럼 연내 SPA 체결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우려감을 사고 있다. 제주항공은 26일부터 이스타항공 실사를 통해 재무상황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영업이익은 최근 1년새 157억원에서 53억원으로, 순이익은 322억원에서 39억원으로 감소했다. 현금성자산 규모도 540억원에서 315억원으로 줄었고,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573억원에서 275억원으로 악화됐다.
부진한 실적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2012년(영업적자 181억원) 이후 8년 만에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규모가 큰 다른 LCC들과 마찬가지로 여름휴가와 추석연휴가 낀 3분기 성수기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 가운데 적자규모가 더 확대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6년까지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는 등 취약한 재무상황에 놓여있었다. 유형자산매각 등을 통해 일부개선에 나섰지만 영업활동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SPA 체결을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세부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들여다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며 "다만, 큰 틀에서 SPA 체결에 대한 흔들림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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