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이재용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연말연시 큰 숙제 중 하나였던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준법경영' 기반 마련 작업을 끝내면서 이를 현실화해 나갈 '뉴(NEW) 삼성'의 조직개편 향배와 인사이동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유죄판결' 임원진 교체론 무게

3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 별도의 독립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를 구축하기로 확정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대법관 출신의 김지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를 영입했다. 삼성그룹은 김 전 대법관과 함께 준법감시위의 운영 방향과 조직 규모 등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오는 9일 간담회를 통해 밝힐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준법감시위가 사장급 이상 규모의 신규 조직으로 출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회장급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부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 운영과 감시 기능에 대한 힘을 부여하기 위해 중량감을 높일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사장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은 모바일, 반도체, TV·가전 등 3대 주력사업을 비롯해 사업지원TF, 의료기기사업부, 법무실, 경영지원실 등이 있다. 수적으로 적지 않다. 준법감시위 역시 사장급 이상의 조직으로 출범할 수 있는 셈이다. 9월 말 현재 삼성전자 소속 부사장만해도 64명에 달한다. 사내이사를 포함한 미등기 사장 이상의 임원까지 합하면 83명으로 늘어난다. 

삼성의 구체적인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준법감시위 구성이 완료된 이후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분식회계 및 노조탄압 사태 등 일련의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임원들이 상당한 만큼 중역들에 대한 교체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은 지난달 노조 와해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1심 판결 뒤 사과문을 내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이 시기에 법정 구속됐다.

◆ "잘못된 관행·사고 폐기" 공식화

일단 준법감시위 출범은 '준법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주문에 기인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까지 구속되면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 추진을 천명한 이 부회장의 로드맵에 변화가 필요했고, 투명경영·준법경영 차원에서도 준법감시위 출범은 시기적으로 적절했다는 재계의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 부회장 역시 지난 2일 새해 첫 현장방문지로 선택한 반도체연구소에서 만난 사장단에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삼성)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은 작년 신년사부터 같은해 11월 이 부회장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변화에 기반한 100년 기업을 강조해왔다. 작정하고 과감한 변화를 선언한만큼 이번 인사엔 '뉴 삼성'을 향한 이 부회장의 의중이 고스란히 투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2일 청와대 주최 신년회 행사에서 준법감시위 설치 등 향후 계획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다. 단지 파기환송심 재판과 관련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짧은 말만 남겼다.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