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양도웅 기자] 시중은행의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폐기와 재발급이 최근 2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OTP 폐기가 급증한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OTP 납품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OTP 발급 건수는 2019년 11월 말 기준 412만4000여건으로 2018년 12월 말 대비 18.5% 증가했다. 약 2년 전인 2017년 12월 말과 비교해서는 77.0% 늘어났다.
OTP 발급에서 눈에 띄는 것은 폐기 후 재발급 건수의 증가 규모다. 2019년 11월 말 시중은행 4곳이 폐기한 OTP는 57만5000여건으로 2018년 12월 말 대비 99.5% 증가했다. 2017년 12월 말 대비로는 무려 46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작동과 파손, 분실 등의 이유로 재발급한 OTP는 97만2000여건이다. 2018년 12월 말 대비 22.6%, 2017년 12월 말 대비 38.6% 증가했다. 약 2년간 OTP 발급 건수가 1.7배가량 늘어나는 동안 폐기 건수는 5.6배 늘어난 셈이다.
OTP 폐기·(재)발급이 늘어나면서 관련 비용 또한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12월 말 총 136억8700만원 수준이던 OTP 폐기·(재)발급 비용은 2018년 12월 말 137억6900만원으로 0.5%가량 늘어났고, 2019년 11월 말엔 144억1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7%가량 늘어났다. 2년간 약 5.3%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OTP 폐기와 재발급이 증가하는 이유로 정책적 요인과 함께 OTP 납품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OTP 폐기 후 재발급이 크게 증가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OTP 폐기와 재발급이 늘어난 것은) 정책 변화 때문"이라며 "지난해 OTP 무상교체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바꾼 점이 재발급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선 영업직원이 OTP를 재발급할 때 그 원인을 기록하는데, 이 직원들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OTP에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원인을 분류해 통계를 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정 원인을 지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OTP 납품 시장의 독과점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토큰형과 카드형 OTP를 모두 제작하는 미래테크놀로지는 금융권 OTP 시장 점유율 74.54%(2019년 9월 말 기준)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래테크놀로지는 2018년에도 시장 점유율 78.6%, 2017년에는 67.11%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OTP 재발급 건수가 늘어난 것은 시장 독과점 구조에서 특정 제품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일부 은행의 경우 지난해 토큰형 OTP 불량률이 갑자기 높게 나타나면서 토큰형 제품을 독점 납품하는 업체의 입찰 참가를 제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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