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 인수 ‘암초’ 만나
유럽연합, 싱가포르 2차 기업결합심사 돌입…조건부 승인 가능성 배제 못해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양사 합병에 대한 해외 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 싱가포르 등 주요국들이 난색을 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조건부 승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절차에 따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일본, 유럽연합(EU) 등 6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기업결합심사는 합병의 선결조건으로 6개국의 동의 모두를 얻어야만 합병이 성사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업결합 승인을 통과한 국가는 카자흐스탄이 유일하다. 카자흐스탄은 관련 시장의 획정, 경쟁제한성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난해 10월 말 이견 없이 승인을 결정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업계에서는 향후 기업결합심사의 최대 관문으로 유럽연합(EU)을 지목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경쟁분과 위원회는 지난달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1차 일반심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2020년 5월7일까지 90일간 2차 심층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모든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겠다는 현대중공업의 당초 계획은 틀어졌다.


유럽연합은 경쟁법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한 기업의 과독점을 경계한다. 특히 유럽은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갖춘 LNG선 선사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대형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실제 양사 합병 후 LNG선과 초대형유조선(VLCC) 수주 잔량 점유율은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말 또 다른 경쟁국인 싱가포르도 양사 합병에 우려를 나타내며 2차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유조선, 컨테이너선, LNG선 등 양사간 사업이 중복돼 조선사간 경쟁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며,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이 추가 정보나 답변서를 제공하면 2차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그룹의 남은 기업결합심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과 싱가포르 등 2차 기업심사에 돌입한 국가들이 조건을 걸고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남은 기업결합심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고부가가치 선박의 생산설비 축소 혹은 점유율 제한 등의 조건이 제시될 경우 합병 이후 경쟁력 강화는 기대치를 하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성공적 인수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권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의 독자 경쟁력으로 ‘세계1위’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위상을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기업결합심사라는 난관을 뚫고 올 상반기내 최종 합병에 이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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