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보복…국내 정유·화학사 리스크 가중
수급 불안정 대비 분주…유가 급등 전망에 불안↑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9일 08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미국과 이란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 및 화학사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수급 불안정, 유가 급등 우려감에 정유사와 화학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은 지난 8일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서부 공군기지에 수십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날 공격은 미국이 지난 3일 이란 혁명수비대 최정예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사살한데 따른 보복 공격이었다. 


갈수록 격화되는 갈등에 양국과 사업적으로 직접 얽힌 국내 정유·화학 회사들의 고민이 만만치 않다. 이라크와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산유량 2,3위를 차지하는 국가다. OPEC 원유 수출량으로 비교하면 이란이 1%, 미군기지가 있는 이라크가 24%의 비중을 차지한다. 공격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이어 수출 비중이 큰 이라크까지 이어지면서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정유사들은 무엇보다 공급물량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속된 무력 충돌로 석유 시설이 공격을 당하거나 이란이 석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란은 그 동안 미국과의 갈등을 겪을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며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의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잇는 해협이다. 중동산 원유가 하루 2000만배럴가량 지나가는 핵심 길목으로,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3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간다.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현재 배럴당 60달러대인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원유의 공급량이 감소하거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양국간 갈등이 정유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유가 상승은 정유사에 호재다. 정유사는 원유를 구입한 후 2~3개월 후에 판매하기 때문에 기존에 구매해둔 원유 가치가 판매 시점에 떨어지면 손해, 높아지면 이익을 보게 된다. 게다가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석유가격에서 원유 가격 등을 제외한 이익)도 높아져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정제마진과 관련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불안정한 정세로 인한 일시적인 급등은 오히려 수요 위축으로 정제마진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12월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0.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정제마진은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일시적인 유가 폭등에 따른 재고자산이익보다는 원유 수급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화학사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 등 국내 화학업체들은 원유를 정제해 만든 납사로 여러 화학 제품들을 만들어낸다. 화학사의 수익성은 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제품 스프레드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납사 가격도 영향을 받아 스프레드가 감소해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 


가뜩이나 국내 화학업체들은 지난해 최악의 업황 악화를 맞이하면서 실적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화학업계는 제품 판매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2018년 대비 40% 가까이 하락하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제품 판매가격이 불확실한데, 원재료인 납사 가격까지 높아질 우려가 생기면서 2020년에도 국내 화학업계에 찬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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