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젠틀몬스터, 정부 발표 유니콘서 빠진 까닭은
중기부, CB인사이트 등재 여부 의존해 선정…시장 상황 왜곡 우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9일 15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석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를 중심으로 유니콘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유니콘 현황 발표가 시장 상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몇몇 기업들은 이미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록했지만 정부의 유니콘 현황에 포함되지 않은 반면 몇몇 기업은 가치 하락으로 유니콘과는 거리가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의 유니콘 현황에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9일 정부와 투자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와 에이프로젠이 연이어 기업가치 1조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리나라는 11곳의 유니콘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 유니콘 보유 순위는 미국, 중국, 영국, 인도에 이어 독일과 함께 공동 5위로 상승했다.  


무신사와 에이프로젠은 최근 투자 유치에서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CB Insights)의 유니콘에 등재됐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11번째 유니콘 기업 탄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기부, CB인사이트 유니콘 선정에 의존해 현황 파악


우리나라 유니콘 보유 현황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주도해 알리고 있다. CB인사이트에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된 내용을 그대로 옮겨 발표하는 방식이다. 최근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직접 브리핑까지 나서며 에이프로젠의 CB인사이트 유니콘 등재를 알렸다. 또 박영선 장관은 지난해 11월 "유니콘 숫자가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됐다"고 말하며 유니콘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기업이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유니콘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CB인사이트에 등재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중기부가 우리나라 유니콘 현황 파악을 CB인사이트의 유니콘 등재 목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국내 유니콘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자체 조사만으로 유니콘을 발표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공신력 있는 글로벌 조사기관의 자료를 바탕으로 유니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CB인사이트의 유니콘 선정은 얼마나 공신력을 갖고 있을까. CB인사이트는 2008년 설립된 민간 시장조사 기관으로 법인명은 'CB Information Services, Inc.'다. 전 세계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등의 투자 정보를 모아 업계에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CB인사이트 유니콘 등재는 자체 조사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와 기업 혹은 투자사가 직접 등재를 요청하는 경우로 나뉜다. 다만 우리나라 유니콘들의 경우 대부분 투자사의 주도로 등재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사나 기업 측에서 등재를 원하면 CB인사이트 측에서는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투자사가 작성한 투자심사보고서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B인사이트에 유니콘으로 등재된 에이프로젠 같은 경우도 투자자인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CB인사이트 등재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유니콘 현황과 정부 발표 간 괴리


다만 현재 국내 비상장 기업 중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중기부의 유니콘 현황에 포함되지 않은 곳들이 더러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젠틀몬스터로 유명한 아이아이컴바인드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다. 우리나라에서 두 업체 뿐아니라 투자 유치 과정에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록한 업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약 3년 전인 2017년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 계열 PEF인 엘캐터톤아시아에게 700억원을 받고 신주와 구주를 매각했다.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1조원에 육박했다. 이후 회사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이미 유니콘 수준을 넘어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최근 벤처캐피탈들이 구주 매각 과정에서 1조 2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주 투자의 경우 신주 투자 대비 가격이 할인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기업가치는 더욱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두 업체는 투자사와 기업 모두가 CB인사이트 등재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탓에 중기부의 유니콘 현황 목록에 포함되지 못했다. 또 기업 측에서 CB인사이트의 유니콘 등재를 거부할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중기부가 CB인사이트 통계를 바탕으로 국가별 유니콘 기업 수를 기준으로 매기는 순위에는 여러 허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유니콘 기업 보유 순위를 발표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었음에도 CB인사이트에 등재되지 않은 기업이 수없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민간 조사기관의 통계에 의존해서 유니콘 수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실효성 있는 유니콘 육성 정책을 펼치려면 자체 조사를 통해 좀더 현실적인 유니콘 현황 파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 "정부의 유니콘 집착으로 시장 상황 왜곡"


투자 업계에서 내리는 유니콘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이다. 기본적으로 유니콘이란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을 넘어선 비상장 기업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신주 투자 가치가 1조원이 넘었을 경우에만 유니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또 전환사채(CB) 투자 등의 가치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주 거래의 경우 투자 금액이 얼마 이상이 되어야 유니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상장사들의 경우 공개시장에서 기업가치 평가를 받지 않기 때문에 소수의 투자자에 의해 기업가치가 결정된다. 투자자가 무리하게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 소량의 구주를 인수하면서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유니콘 육성을 강조하는 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 등에서 유니콘 육성을 강조하면서 어쩔 수 없이 CB인사이트 등재 등 유니콘 발굴에 동조하고 있긴 하지만 투자 시장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에 불필요한 거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투자 업계 관계자는 "유니콘 수에만 집착한 나머지 정부의 발표가 시장 상황을 왜곡하는 느낌이 든다"며 "기업가치가 낮더라도 우리나라 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될만한 기업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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