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물산 오너 일가, 지분 확보 총력전
콜옵션부 CB 발행·개인회사 매각·자기주식 매입으로 실력행사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0일 11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농기계 제조사 동양물산기업(이하 동양물산)의 대주주 일가가 전방위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다. '슈퍼 개미'로 알려진 개인투자자가 10% 가까운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 맞서 자신들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동양물산은 지난 7일 6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 CB는 발행 금액의 30%인 18억원 어치에 대해 콜 옵션(Call Option, 매수청구권)이 설정돼 있다. 콜 옵션 행사 주체는 동양물산 또는 동양물산이 지정하는 제3자다.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이 하한선까지 이뤄졌다는 가정 하에 최대 1.5%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옵션이다.


상장사들이 사모 CB와 같은 메자닌(Mezzanine)을 발행할 때 삽입하는 콜 옵션은 최대주주의 지배력 약화를 막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다. 메자닌이 신주로 전환될 경우 전체 발행 주식수가 늘어남에 따라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희석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에는 지분율 희석 방지라는 방어적 차원보다는 최대주주 본인 또는 특수관계인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콜 옵션부 메자닌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배력 강화 목적의 콜 옵션부 메자닌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돼 있거나 ▲승계의 필요성이 있는 상장사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동양물산의 콜 옵션부 CB발행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금융투자(IB)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대주주 측 지분율이 25%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10%에 육박하는 지분을 매집한 개인투자자가 등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추후 적대적 M&A 또는 이에 준하는 이벤트에 직면할지도 모르는 동양물산 대주주 일가 입장에서는 지분 확보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동양물산이 대주주 일가 개인 명의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농기계 제조사 지엠티를 인수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대주주 일가가 지엠티 지분을 매각한 대금 가운데 일부를 동양물산 지분 확보에 투입키로 한 것이다.


동양물산은 지난해 12월 30일 지엠티 지분 100%를 33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지엠티 지분은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54.5%)과 김 회장의 차남인 김식 이사(25.3%), 장남 김태식 부사장(5.1%), 장녀 김소원 이사(5.1%) 등이 갖고 있었다. 전문경영인인 윤여두 부회장도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분 매각 대가를 전량 현금으로 수령했다.


동양물산은 지엠티 매각 대금을 지급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27일 이들을 상대로 100억원 어치의 신주와 75억원 어치의 CB를 발행했다. 사실상 지엠티 지분을 넘기고 동양물산 지분을 받는 '스왑' 형태의 거래다. CB의 경우 콜 옵션을 부여해 전환권 행사자를 임의대로 조정 가능하도록 했다. 일련의 거래를 거치며 지난해 9월 말만 하더라도 24%대였던 김희용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31.3%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자기주식 매입도 회사 재원을 투입해 잠재적 적대 지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김 회장 일가의 지배력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동양물산은 NH투자증권 주관으로 오는 5월 말까지 최대 30억원 어치의 자기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매입한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사라져 적대적 M&A 국면에서 김 회장 일가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된다.


김희용 회장 일가가 이처럼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은 수년 전부터 동양물산 지분을 보유해 온 개인투자자가 최근 들어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서는 해당 개인투자자가 "경영 참가 목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돌발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발점은 대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개인투자자 최경애씨와 남편인 배만조씨는 2014년 7월 처음으로 5%가 넘는 동양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시하면서다. 5년 이상 동양물산 지분을 보유해 온 최씨는 최근 개인 소유의 투자 전문 법인인 엠케이에셋을 동원해 지분율을 9.1%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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