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세진 기자] 삼양식품이 메가히트 라면 '불닭볶음면' 덕에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0년 전 우지파동으로 고사 직전까지 갔던 삼양식품은 현재 식음료 업계에서 보기 드문 1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는 불닭볶음면을 통해 수출 저변을 더욱 확대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증권가는 삼양식품이 작년 5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컨센서스가 부합하면 2018년 대비 15% 늘어난 금액이다. 이 같은 외형성장을 점쳐지고 있는 이유는 불닭볶음면이 국내는 물론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4년 간만 봐도 ▲2015년 2909억원▲2016년 3593억원 ▲2017년 4585억원 ▲2018년 4694억원 순으로 연평균 17.2%씩 증가했다.
삼양식품에 이처럼 효자가 되고 있는 불닭볶음면은 전인장 회장의 부인이자 이 회사 사장이기도 한 김정수 여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매운 것은 잘 먹지 못한다는 김 사장이 2011년 사람들로 북적이던 명동의 매운 불닭 음식점 지나가다가 매운맛 라면의 모티브를 얻어 개발된 제품이 불닭볶음면이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탄생한 불닭볶음면은 출시 당시 ‘꼬꼬면’, ‘나가사키 짬뽕’ 등 하얀 국물 라면 트렌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2013년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 라면 먹는 장면이 방영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2015년 '영국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극강의 매운맛을 가진 라면으로 소개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메가히트 제품이 됐다.
삼양식품 입장에선 불닭볶음면의 이 같은 인기가 감개무량할 만 하다. 1989년 발생한 우지파동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기 했지만 라면의 원조로 불리던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 회복에 실패하며 부도 직전까지 몰리는 등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실제 우지파동 이후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해 왔지만 반짝이나마 인기를 끈 제품은 '나가사키 짬뽕'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 때문에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한 2015년만 해도 업계에선 반짝하다 말 것이란 시각이 팽배했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은 4년여 넘게 인기몰이 중이고, 삼양식품의 외형성장은 물론 수익성 개선에도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2015년 2.5%에 불과하던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7% ▲2017년 9% ▲2018년 11.8%를 달성했다. 또한 작년 1~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률 역시 14.3%로 경쟁사인 농심(3.3%)과 오뚜기(7.2%)를 뛰어넘었다.
불닭볶음면을 통해 삼양식품이 이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불닭볶음면 소스를 활용한 후속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왔던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2018년 출시한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의 경우 출시 한달만에 누적판매 1100만개를 돌파했고, 지난해 열린 중국 광군제에선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농심 '신라면'을 제치고 국내 라면 매출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양식품은 올해 현지맞춤형 제품 출시를 통해 해외 저변 확대에 힘쓸 계획이다. 일단 중국 공략에 고삐를 바짝 쥘 예정이다. 작년 이 지역에서 12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해 국내에 이어 두 번째로 파이가 컸던 까닭이다. 아울러 KMF 할랄 인증을 획득한 만큼 무슬림 지역 공략에도 속도를 올릴 방침이다. 이외 작년 신설된 일본법인과 북미 시장 총판업체와의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일본, 미국 시장 확대에 주력한단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외 법인을 창구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총판을 활용해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관리비 부담이 적어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작년 분기별로는 해외 매출이 국내를 앞지르는 경우도 나와 올해 현지맞춤형 제품 출시를 통해 성장기조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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