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구성 손대는 잇단 규제법에 재계 '난색'
사외이사 임기제한 이어 여성이사 할당제 시행 확정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6일 09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이사회 내 여성 임원 선임 의무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경제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에 이어 이번엔 특정 성별 포함을 강제하는 법까지 추가되면서 경영간섭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女이사 최소 1명 의무화…경영간섭 확대 우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가 이사회를 구성할 때 구성원 전원을 특정 성별의 인물로 채우지 못하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이 법의 통과로 작년 3분기 기준 151개 상장기업이 사정권 안에 들어가게 됐다. 시행은 7월부터다. 다만 2년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 기간 중 여성 사내 또는 사외이사 선임 숙제를 풀면 된다.


법 시행에 앞서 기업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해당 법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따라 붙는 패널티다. 그런데 바뀐 법은 의무화에 대한 내용만 담았을 뿐 처벌에 대한 부분은 배제하고 있다. 이런 탓에 경제계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해당 법이 유명무실한 규제로 전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개정안 초안에서 여성 이사 선임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관련 사유를 공시하도록 했던 것 역시 입법과정에서 '의무'에서 '자율'로 바뀌었다. 해당 법을 지키지 않더라도 사실상 기업들이 받는 제재는 없는 셈이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적 규제가 하나 더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체감 부담은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사정권 안에 들게 된 A사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활동 유인이라는 법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나 처벌조항이 빠진 법이 과연 기업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실효성을 우려했다. 


B사 관계자는 "기업 규제법이지만, 비교적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진 선임 기준은 남녀 성별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고루 분포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개정된 법은 사실상 여성 우대법이나 마찬가지인데, 남성 역차별에 대한 논란도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C사 관계자는 잇단 기업 규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나 입법기관의 기업 옥죄기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사회 구성까지 법으로 규제하는 건 민간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 통과로 여성의 임원 중용을 늘려 나가고 있는 기업들의 자발적 변화마저 깡그리 무시 당하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 안 지켜도 처벌조항 없어…실효성 논란 '고개'


비슷한 예로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준법지원인제도가 꼽힌다. 상법 제542조의13에서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들에 경영진이나 임직원이 법을 준수하고 회사 경영을 적정하게 수행하는지 감시,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의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두게끔 하고 있다. 


2012년 시행된 이 제도 역시 여성 이사 의무제와 마찬가지로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국회에서 부랴부랴 2016년과 2017년 각각 과태료와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태다. 애초에 법망을 촘촘하게 짜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최윤열 의원실 관계자는 "여성 이사 의무할당제 법 자체를 위반한 것에 대한 패널티는 없다"면서도 "다만 이사회에서 멤버 구성조건을 지키지 않은 선임안을 의결했을 시, 해당 의결에 대한 효력 인정 여부를 상법상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벌규정 추가와 관련한 개정안 추가 발의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원실 측 견해와 달리 법조계 및 학계에서는 의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준우 신경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상법 622조, 624조 등에서 회사의 발기인 및 이사, 감사 등 특정한 사항의 위임을 받은 사용인이 임무를 위배한 행위를 취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성이사를 선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입증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넓게 보면 금융위원회법 17조 금융위원회 소관 사무 중 자본시장의 관리 및 감독, 감시 등의 기능이 담겼다는 점에서 금융위 차원에서 별도의 제재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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