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진흙탕 싸움’에 빠진 KCGI
대립구도 조양호 1인→조원태 외 3인…지배구조 개편 초심 퇴색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0일 18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단일최대주주(17.29%)인 KCGI가 ‘진흙탕 싸움’에 빠졌다. 당초 조양호 전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당차게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조 전 회장 별세 이후 내분이 발생한 총수일가 4인과 이해타산을 맞추는 상황에 처했다. 


KCGI는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주축으로 2018년 말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며 등장했다. 총수일가의 각종 갑질논란과 후진적 지배구조를 비판하며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KCGI는 2018년 7월 '기업 승계와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내걸고 설립된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KCGI는 첫 대상으로 한진그룹을 겨냥한 이후 빠르게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조양호 전 회장을 압박해갔다. 대한항공과 함께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진의 지분도 매입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당시 KCGI는 “한진그룹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글로벌 항공·물류 전문그룹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횡령·배임 등으로 대표되는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합리성을 상실한 계열회사 지원에 따른 과도한 부채비율, 불필요한 유휴자산의 보유와 방만한 경영으로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며 “(당사가)주요주주로 참여해 감시와 견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제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KCGI의 거침 없는 행보는 조양호 회장으로 하여금 좌절을 맛보게 하는 결과도 낳았다. 2019년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던 게 대표적이다. KCGI는 지금도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이들이 여론화한 조양호 회장의 각종 부조리와 경영에 대한 문제점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조 전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좌절시키게 만들었다. 이는 조 전 회장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결국 조 전 회장은 2019년 4월 별세했다. 


예기치 못한 조 전 회장의 별세 이후 KCGI의 대립구도는 조양호 1인에서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총수일가 4인으로 다변화됐다.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KCGI는 한진칼 단일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미국 델타항공 등 총수일가의 우군력으로 평가되는 세력도 많이 늘어남에 따라 독자행보를 추구하기에는 부담이 커졌다. 


KCGI는 결국 내분이 일어난 총수일가 개개인과 이해타산을 맞추는 구상을 그리는 모습이다. 특히 KCGI는 그룹 경영복귀를 노리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접촉설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KCGI 측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접촉설에 "시장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코멘트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모든 주주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는 비단 총수일가간 내분이 일어났지만 KCGI입장에서는 이른바 '피아식별'이 안 된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는 총수일가 4인이 모두 KCGI의 적대적 대상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상호간 원하는 바를 들어줄 경우 언제든지 아군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접촉설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그룹 내 이사복귀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상응하는 조건을 KCGI에 제시할 경우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는 아군이, 조원태 회장과는 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결국 KCGI는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한진 총수일가의 ‘진흙탕 싸움’에 빠져 들어가면서 초반 '명분'보다는 야합을 모색하는 존재로 비춰지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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