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와 육성사이
다시 불붙은 '암호화폐 정의' 논란
⑤ 자산, 통화, 기술 등 성격 다양…유가증권과 비슷해 거래세 부과 주장도
기획재정부가 암호화폐 과세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세부방안은 빠르면 7월말 세법개정안에 포함된다. 정부의 암호화폐 과세 움직임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세 여부와 정도에 따라 업계의 존폐가 엇갈릴수 있기 때문이다. 팍스넷뉴스가 쟁점이 되고 있는 주요 이슈들을 짚어봤다.


[팍스넷뉴스 공도윤 기자] 국세청의 빗썸 과세로 다시 암호화폐 정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암호화폐의 특성에 따라 부과되는 세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제도권 내의 ‘암호화폐’ 정의는 명확하게 내려지지 않았다. 다양한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보니 장님 코끼리 만지듯, 정부, 기업, 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 모두 제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암호화폐를 해석해 각각의 입장간 갈등도 깊다.


암호화폐는 통화, 자산, 기술, 금융상품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피자를 사먹고 숙박비를 내거나, 송금이나 결제수단으로 사용한다. 코인(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교환 등)끼리 교환도 가능하고 화폐로도 바꿀 수 있다. 코인 보유로 투자수익을 올리고, 일부 허용된 경우는 부동산이나 회사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있다.


여러 성격을 가지고 있다보니 용어자체도 정리가 안됐다. 가상자산, 가상통화, 암호화폐, 암호자산이 두루두루 사용된다. 다만 제도권에서는 통화나 화폐보다는 자산으로는 통일되는 모습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가상자산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은 암호자산을 쓴다.


과거 가상화폐(암호화폐) 과세 태스크포스(TF)도 암호화폐가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어 단일 과세보다는 쓰임에 따른 과세를 검토했다. 암호화폐 세법개정안을 마련 중인 기획재정부는 부가가치세, 사업소득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모두를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이 빗썸을 이용하는 비거주자를 대상으로 기타소득세를 부과하자 조세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특성에 맞지 않은 성급한 과세라고 비난하며, 암호화폐의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를 물물교환으로 취급하면 부가가치세 부과가 가능하다. 거래소에서 일어나는 암호화폐와 원화와의 교환도 부가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지급결제 수단이나 통화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부가세는 면제된다. 물건값을 코인으로 치를 때 한 번, 판매자가 코인을 화폐로 환전할 때 또 한번 부가세가 매겨져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각국도 부가세는 매기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있어, 국내도 면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 전문가들이 암호화폐의 합리적인 과세방안으로 양도소득세를 제안하는 것 역시 암호화폐가 가진 거래 특성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대부분의 코인은 매매 과정을 통해 가격변동이 일어난다. 대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최근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헷지수단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기고 있다.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처럼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차익실현을 위해 매매할 경우는 양도소득세, 거래세, 법인세 등이 부과된다. 암호화폐 채굴, 암호화폐 발행이나 거래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 암호화폐의 매입 양도에서 얻은 소득이 과세 대상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신상화 연구위원은 “양도소득세는 소득세법 제 9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양도소득의 범주에 명확히 부합하지는 않으나 그 성격이 주식 혹 기타자산과 유사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은 “암호화폐가 말그대로 화폐인가 하는 문제는 상당한 과세쟁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유가증권이라면 유가증권으로, 기타자산이라면 기타자산으로, 화폐라면 화폐로서 과세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도소득세 부과는 현행세법에서는 어렵다. 양도세도 열거주의(부동산, 주식 등)를 채택하고 있어 법 개정을 통해 암호화폐를 별도의 항목으로 열거해야 한다. 또 개인의 경우 다른 금융자산과 달리 형평성 논란이 일수 있다. 주식, 외환차익, 채권, 양도거래 등은 비과세이기 때문이다. 주식거래의 경우 양도소득세는 일부 대주주에게만 부과되고 소액주주는 거래 때마다 0.3%의 거래세만 부과한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은 “암호화폐에 소득세를 부과하려면 열거주의 내 암호화폐를 포함하는 세법개정이 필요한데, 법 개정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영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기획재정부 외에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에서도 암호화폐 관련 규제 검토를 해왔고, 소득세법에 암호화폐의 개념이나 정의를 별도로 두는 것은 자칫 정책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암호화폐의 정의 자체를 소득세법에 두는 대신 특정 법률의 개념 혹은 정의규정을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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