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을 인적분할해 별도의 지주회사(티와이홀딩스)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관심은 SBS의 12개 자회사 처리방법에 쏠리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지주사 체제 하에서 증손자회사에 속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의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태영그룹 측은 증손자회사로 될 기업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100%를 채우거나, 아니면 태영그룹의 다른 계열사 혹은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12개 자회사中 지분율 100% 3개사
태영건설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4곳(SBS미디어홀딩스와 블루원,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 태영인더스트리)과 손자회사 1곳(평택싸이로)의 지분을 티와이홀딩스로 옮기기로 하면서 태영그룹은 현행 법령에서 금지하는 고손자회사의 탄생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이제 다음 수순은 증손자회사에 해당하는 방송 계열사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태영건설 인적분할 후 태영그룹의 지배구조는 윤석민 회장→티와이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 태영건설,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 등 6개사가 주축을 이룬다. 여기서 티와이홀딩스의 자회사 중 SBS미디어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5개사는 자회사만 거느리고 있고 손자회사는 전혀 없다.
유일한 예외는 SBS미디어홀딩스다. 이 회사는 SBS와 SBS플러스, SBS바이아컴 등 6개 자회사를 거느린 것은 물론, SBS와 SBS플러스를 통해 12개의 손자회사도 보유하고 있다. 즉, 태영그룹의 지주사 체제 내에서 12개의 증손자회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자회사, 손자회사와 달리 증손자회사는 지분보유 규정이 엄격하다. 지주사 체제 하에서 자회사와 손자회사는 상장사의 경우 지분율 20% 이상, 비상장사는 4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30% 이상, 비상장사는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돼 통과시기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다. 반면 증손자회사는 지분을 무조건 100% 보유해야 한다.
문제는 SBS와 SBS플러스가 보유한 12개 자회사 중 지분율 100%를 확보한 곳은 고작 3개사(더스토리웍스, SBS디지털뉴스랩, 포맷티스트) 뿐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9개사 중에는 SBS에이앤티처럼 지분율이 99.6%에 달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지분율이 40~70%에 머물고 있다.
◆제3자 매각보다 SBS미디어홀딩스에 넘길 가능성↑
공정거래법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2년 이내에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태영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일이 오는 7월 1일인 만큼 시한은 2022년 6월30일까지다. 이때까지 SBS와 SBS플러스는 증손자회사 처리를 마무리해야 한다.
SBS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자회사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 100%를 확보하는 것이다. SBS의 현금이 풍부하고 자회사의 성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SBS의 11개 자회사(SBS플러스의 자회사 리앤에스스포츠는 공시 대상이 아님) 중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곳은 4개에 그친다. SBS콘텐츠허브의 당기순이익이 48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디엠씨미디어(28억원), SBS엠앤씨(8억원), 포맷티스트(6970만원) 순이다. 같은 기간 SBS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83억원으로 전년(132억원) 대비 6배 가까이 늘어났다.
두 번째는 SBS 자회사의 지분을 일괄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이다. 태영그룹 이외의 회사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SBS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제3자 매각보다는 SBS의 최대주주이자 모기업인 SBS미디어홀딩스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방안은 SBS의 자회사를 증손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격상시켜 지분율 보유 요건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BS의 자회사는 모두 비상장사로 지분율 40%만 확보하면 된다. SBS의 12개 자회사의 지분율은 모두 40% 이상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할 필요도 없다.
재계 관계자는 “태영그룹은 SBS미디어홀딩스를 지주사로 설정해 방송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라며 “SBS 자회사 처리 방안도 SBS미디어홀딩스 내에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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