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이 현대카드의 기업공개(IPO)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카드 측이 흥행 및 적정 공모가 산정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IPO 작업을 연기할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현대카드 상장 주관사들은 오는 3월 실사가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현대카드와 향후 IPO의 절차 및 시기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만약, 실사 결과 공모가치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현대차그룹·현대카드 측이 무리하게 IPO 작업을 밀어부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카드 IPO를 통해 현대카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자금회수를 돕겠다는 주주간 계약(SHA)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자금회수에 대한 시한은 없다.

따라서 무리하게 일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상반기 완료를 노린다면 3월 말 기업실사가 끝나는 대로 상장예비심사에 들어가야 한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모집하려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135일 룰’ 대로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IPO 절차가 빠듯하다.

135일 룰이란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서와 증권신고서에 반영되는 회계 결산자료의 유효 시한에 대한 규정이다. 해외용 투자설명서에 포함되는 재무제표를 작성한 시점으로부터 135일 이내 청약대금 납입 등을 비롯한 모든 IPO 일정을 마쳐야 한다. 물론 해외 기관투자자를 따로 배정하지 않고 국내 투자자들로만 한다면 135일 룰을 지키지 않아도 되지만, 흥행을 위해서는 해외 기관투자자는 필수다.

문제는 올해 초부터 강타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부정적 영향이다. 지난 회계연도 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 산정 등이 진행된다고 해도 올해 실적 부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소비가 침체되면서 카드 매출액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 카드업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점이 현대카드 IPO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던 차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하반기 일정으로 상장을 추진한다면 135일 룰에 따라 현대카드의 재무제표는 지난해 연말이 아닌 올해 1분기 실적으로 기준을 삼아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불황이 포함되는 만큼 공모가 산정에 불리하다. 

현대카드 상장이 지난 2017년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지분 9.99%)와 싱가포르투자청(9%), 칼라일그룹 계열의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 등 FI들의 자금회수 수단인 만큼 ‘공모가 산정’이 중요하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제너럴일렉트릭(GE)가 보유했던 현대카드 지분 약 25%를 3700억원 가량에 매입했다. 투자 당시 FI들이 산정한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1조6000억원 수준으로 최소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공모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FI의 자금회수에 시한이 없는 만큼, IPO에 급하지 않다면 굳이 이러한 시기에 작업을 밀어부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관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 실사가 마무리 되면 현대차그룹·현대카드와 협의해 향후 일정을 협의하고 수요조사를 미리 해보는 방안도 협의할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건 변함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