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한샘의 역성장 기조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경기둔화로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주택거래량마저 감소한 것이 주 요인이다. 다만 ‘리하우스’ 등 신사업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는 실적 개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증권가는 점치고 있다. 리하우스는 가구뿐만 아니라 욕실, 창호, 바닥재 등을 포함한 집 전체를 통일성 있는 공간으로 한 번에 제안하는 리모델링 사업이다.

한샘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7023억원의 매출과 5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0.2% 줄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의 감소폭이 낮았던 이유는 전사적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 고정비 부담을 줄인 데다, 해외법인의 적자가 줄어든 결과다.

실제 한샘의 원가(매출원가+판매관리비)는 지난해 1조646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2.1% 감소했다. 이에 따른 원가율(매출원가+판매관리비/매출)도 96.7%로 같은 기간 0.4%포인트 하락했다. 아울러 중국법인의 영업손실은 304억원에서 148억원으로 51.3%나 급감했고, 미국법인은 3억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2018년과 거의 동일한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순이익은 900억원에서 434억원으로 51.7% 감소했다. 지난해는 2018년과 같은 큰 영업외수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서울 송파구 소재 토지와 건물을 807억원에 처분하면서 쏠쏠한 영업외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문제는 한샘의 실적이 비단 지난해에만 뒷걸음질친 것이 아니란 점이다. 2016년 이후 매년 역성장하고 있다. 매출액은 최근 3년(2016~2019년) 새 연평균 3.9%씩 줄었고, 영업이익은 24.1%씩 감소했다. 한샘은 B2C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무기삼은 후발주자의 공세에 흔들렸고, B2B 시장에서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줄어든 주택거래량의 영향을 받았다.

인테리어 업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증권가는 올해 한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년 4분기 들어 신사업인 ‘리하우스’와 ‘키친바흐’가 비약적 성장세를 보인 까닭이다. 두 사업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1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다. 이 덕분에 연간 매출액도 4428억원으로 6.6% 늘어났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샘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9% 증가한 218억원을 기록, 추정치를 85.2% 웃돌며 실적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며 “10~11월 주택거래량 반등과 함께 리하우스 패키지 출고 개수가 약 3000개로 전 분기 대비 100%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 리모델링 수요와 함께 대리점 출점 등 체질 변화로 2020년 성장 가시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샘도 창사 50주년을 맞는 올해 신사업 육성에 매진해 중장기적으로 매출 10조원 달성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리하우스 대리점을 500개(2019년 450개)까지 확대하고, 관련 대형쇼룸도 50개(2019년 23개)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리하우스 패키지를 월 1만세트 이상 판매하는 걸 목표로 삼았고, 중장기적으로 10조원 매출 달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