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어닝쇼크, 원인은 ‘해외투자 부실’
영업이익 전년비 92.4%↓, 당기순이익 87.1%↓…경쟁사대비 낙폭 유독 커
외화유가증권 수익률 하락, 환헤지 비용도 증가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2일 11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기자] 생명보험업계 2위인 한화생명보험이 지난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이어갔다. 전반적으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이익구조가 저금리, 손해율 상승 등으로 악화되고 있지만, 한화생명의 둔화 폭은 유독 크다.


이는 2018년 실적 부진과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한화생명은 투자처가 제한적인 국내보다 해외에 집중했다. 또, 오는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해외채권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글로벌 저금리에 따른 운용자산수익률 하락과 일부 투자 손실, 환헤지 비용까지 겹치면서 총제적인 난국을 경험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와 공시 등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연결기준 24조9785억원의 매출액에 492억원의 영업이익, 5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매출액은 2018년보다 6.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92.4%, 당기순이익은 87.2% 급감한 수치다. 한화생명은 2018년에도 전년대비 31.8%의 영업이익 감소율과 35.2%의 당기순이익 감소율을 보인 바 있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4%, 영업이익은 51.5%, 당기순이익은 39.3% 각각 감소했다. 다만, 삼성생명은 2018년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손보업계도 회사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30% 가량의 이익 감소를 면치 못했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빅3’ 생보사 중 교보생명 정도가 선방한 것으로 추정되고, 손보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매출액을 전년대비 13.4%,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12.8%, 28.4% 늘려 눈길을 끌었다.


한화생명은 유독 낙폭이 큰 실적에 대해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 증가와 자회사 보험영업손익 감소”라고 설명했다.


금리 하락은 전 보험업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의 경우 원수보험료도 늘었지만 투자이익 증가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생명의 투자부문 부진은 뼈아프다. 지난해 말 보험업계의 장수 CEO였던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이 퇴진한 배경에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한화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015년 4.5%에서 2018년에는 3.6%로 떨어졌다. 생보업계 ‘빅3’를 이루고 있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2018년 각각 4%와 3.9%의 수익률을 거둔 바 있다. 한화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해 9월 누적 말 기준으로는 3.3%까지 하락해 업계 평균인 3.4%도 밑돌았다.


이는 한화생명이 수익률 제고와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외화유가증권 비중을 늘렸으나 관련 투자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탓이다.


운용자산 중 외화유가증권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9.7%로 일반계정의 해외투자 한도인 30%에 육박했다. 2014년 말에 10%를 넘어선 외화유가증권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한화생명의 안전자산비중은 2018년 말 37.2%로 삼성생명(56.2%), 교보생명(47.4%)보다 현저히 낮다.


특히, 한화생명의 대체투자자산의 경우 2017년 말 11조9000억원에서 2018년 말 14조5000억원, 2019년 9월 말 16조4000억원로 증가했다. 대체투자자산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이르는데 이 중 SOC와 부동산에 투자하는 비중이 각각 50%와 27%에 달했다.


결국, 한화생명은 다른 ‘빅2’보다 국공채와 특수채의 낮은 비중, 외화유가증권과 수익증권, 대체투자의 높은 비중으로 큰 이익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게 됐다.


물론 외화유가증권의 90% 이상이 채권이고 대부분 우량채에 집중했으나 헤지비용을 고려하면 외화채권 투자 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환헤지를 위해 통화스왑(CRS)과 외환(FX)스왑 등을 활용하는데 한미 기준금리 역전 등으로 FX스왑 포인트가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면서 주요 투자처인 미국 채권 수익률 상승분보다 환헤지 비용 증가분이 커졌다.


한화생명의 유가증권 손상차손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359억원이였다. 대부분 해외수익증권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발생했다. 2018년 3분기 누적 유가증권 손상차손은 164억원 정도였다. 대손비용도 딜라이브 인수금융 관련 충당금적립 등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총 732억원(전년 동기 207억원)에 달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말 한화생명 평가보고서에서 “실손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관련수지가 악화된데다 신규투자수익률 하락, 유가증권 손상차손 발생, 대손비용 증가 등 투자성과도 부진했다”며 “지난해 4분기 변액보증준비금 추가 적립으로 연간 기준 수익성 지표는 더욱 나빠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해외운용자산 대부분이 우량 채권이고 100% 헤지가 이뤄져 신용위험이나 환위험은 제한적이지만, 환헤지비용 부담, 외화유가증권 만기와 환헤지 상품의 기간 불일치에 따른 환율 변동 위험 가능성, 해외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가치 변동 위험 등의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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