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KT&G가 필립모리스(PMI)와 체결한 전자담배 해외판매 계약 건이 자사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PMI의 글로벌 판매망을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제품 공급대금과 로열티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란 것이다.
임왕섭 KT&G NGP사업단장은 13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PMI는 전세계 160개국에 법인을 가지고 있다”면서 “PMI의 유통망을 공유하면 별 다른 비용 없이 당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등을 팔 수 있으므로 (PMI와) 좋은 계약을 맺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KT&G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전자담배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KT&G가 궐련형 등 전자담배를 PMI에 공급하고 PMI는 마케팅, 유통을 담당하는 게 골자다. 이 계약은 경쟁사인 두 기업이 맞손을 잡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의 계약이 KT&G의 손해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KT&G 전자담배 해외 판매책이 PMI뿐인 만큼 혹여 PMI가 자사 ‘아이코스’ 등의 글로벌 판매 확대를 위해 KT&G 제품을 의도적으로 배제할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임 단장은 이에 대해 “PMI와 당사의 포트폴리오는 상호보완적”이라면서 우려를 일축했다. KT&G와 PMI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경쟁관계지만 KT&G는 액상형 전자담배 등 기존 궐련담배를 대체할 제품이 다양하다. 따라서 PMI도 이번 계약을 토대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KT&G가 글로벌사업을 크게 벌이긴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PMI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요인 중 하나다.
임 단장은 “일본진출을 염두하고 여러 가능성을 따져봤는데 광고비를 제외하더라도 유통비만 1000억원 가까이 지출될 것으로 추정됐다”면서 “통상적으로 해외진출을 하게 되면 초기 비용 등으로 진출 후 5년 간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데다, 전자담배 시장은 트렌드의 변화가 매우 빨라 대처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PMI는 이번 계약에 따라 당사 제품에 대한 마케팅 비용도 지출하기로 돼 있는 만큼, KT&G는 별다른 비용 없이 해외진출을 하는 순간부터 전자담배 수익이 커져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궐련형 전자담배용 스틱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KT&G에겐 호재다. 업계에 따르면 KT&G의 스틱 마진율은 사업 초기인 2010년대 중반이후 일반 궐련보다 높다. 세제구조 상 일반 궐련의 세금이 100원이라면, 스틱은 90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판매 확대 등으로 스틱 생산량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마진율이 더 커질 여지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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