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 펀드 환매 지연 사태의 여파로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내걸었던 기존과 달리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뒀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14일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시장의 취약한 운용구조 보완을 목적으로 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은 ‘투자자 보호’를 핵심으로 했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증권사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해 운용상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을 부여했다. PBS가 사모펀드에 제공한 레버리지 수준을 평가하고 리스크 수준을 통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자산운용사는 위험을 식별·관리할 수 있는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집합투자규약에 반영해야 한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손해배상책임 능력도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판매사에 대해서는 펀드 운용에 대한 점검을 의무화했다. 판매사가 적격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판매할 때 판매한 펀드가 규약·상품설명자료에 부합하게 운용되는지 점검할 책임을 준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지연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환매를 중단한 자펀드가 투자한 2개 모펀드의 손실률을 발표했다.

오는 18일 기준으로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 펀드의 순자산은 전일 대비 각각 46%, 17%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라임 AI스타 1.5Y 1호, 라임 AI 스타 1.5Y 2호, 라임 AI 스타 1.5Y 3호 등 세 펀드는 전액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펀드는 TRS를 사용해 레버리지 비율이 100%였다. TRS 계약을 통해 투자한 라임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도 기준가격이 약 5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에 무게를 뒀던 이전과 달리 고객보호로 방점이 옮겨갔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부분 판매사에서 사모펀드 판매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당국이 판매사에 대해 점검의무를 부여하면서 펀드에 문제가 발생하면 판매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운용사에 대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의 운용 전략이 공개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사모펀드의 경우 전략이 다양하고 세부 전략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으로 자산운용사는 판매사가 요구하면 세부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나름의 전략을 실시간으로 오픈하는 것이 돼 스스로의 노하우를 쌓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모전문자산운용사가 최근의 문제와 같은 단점도 있지만 신(新)산업에 대한 자금공급 역할과 운용전략의 다양성 등 시장에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며 “소비자 보호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차원적인 규제를 내놓은 것이 같다”고 강조했다.